자살률 1위된 한국 “모순된 기대에 젊은 여성 자살 늘어”

입력 2023-05-23 11:41 수정 2023-05-23 12:36

감소세를 보이던 한국의 자살률이 다시 늘어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에 이른 것과 관련 젊은 여성들의 자살 증가문제를 주목해야 한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2일(현지시간) 지난 10년간 줄어들던 한국의 자살률이 2018년을 기점으로 다시 늘기 시작해 리투아니아를 제치고 OECD 자살률 1위 국가가 된 데 한국 여성의 높은 자살률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코노미스트가 18개국 40세 미만 여성의 2018~2020년 자살률 추이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나머지 국가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해당 기간 한국을 제외한 17개국의 40세 미만 여성 평균 자살률은 4.6명에서 4.7명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한국에선 40세 미만 여성 자살률이 10만명당 13.6명에서 16명으로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의 10대 여성들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과정을 SNS로 중계한 사례도 심각한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자살률 증가 배경으로 “한국 여성들이 점점 더 모순적인 기대를 강요받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한국 여성들이 초경쟁 교육 시스템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다고 해도 직장에서는 차별에 노출되고, 맞벌이 가정의 경우 대부분의 가사노동과 육아를 짊어지면서 밥벌이도 해야 한다는 이중기대를 받는다는 것이다.

여성들을 향한 사회적 시선과 불안한 사회도 한 요소로 지목됐다.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이들(여성들)이 성적인 미적 기준과 여성혐오, 성적 학대, 몰래카메라 포르노 등에 노출된다”면서 “불안정한 직장을 가질 확률도 높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년)’에서 이 같은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들이 고통받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려면 보다 진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평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