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패배한 뒤 미국으로 출국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저서 ‘대한민국 생존전략’ 출간과 함께 침묵을 깨고 여러 현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특히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는 ‘과감한 혁신’을 요구했다.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전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에서 저서 ‘대한민국 생존전략’ 출간 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통일된 목표를 잃고 있는 것 같다.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들은 마음 둘 곳을 잃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지금은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여기저기 활로가 막혀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평가도 내놨다.
그는 민주당을 포함한 기존 정치권의 과감한 혁신을 요구했다. 이 전 총리는 “기존 주요 정당이 과감한 혁신을 하고 알을 깨야만 할 것”이라며 “그러지 못한다면 외부의 충격이 생길지도 모른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런 일이 안 생기도록 기존 정치가 잘해주기를 지금으로서는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제3의 길’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최근 친명계와 비명계가 갈등을 빚고 있는 당내 상황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할 것으로 본다”며 “노력의 결과로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 전 총리는 조지워싱턴대에서 방문연구원으로 1년간의 연수를 마치고 다음 달 20일쯤 귀국할 예정이다.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한국은 국내외적 위기를 충분히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게 된 데는 저의 책임도 있다. 그 책임을 제가 다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정치 행보에 대해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역할을 찾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정부의 외교 정책과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이 전 총리는 “한 부분을 놓고 보면 맞는 것 같은데, 다 합치면 이상해지는 것들이 반복된다”며 “구성의 모순”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비판했다.
최근 불거진 미국의 한국 정부 도청 의혹에 대해서는 “도청을 미국이 시인하고 사과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괜찮다고, 악의에 의한 도청이 아닐 거라고 두둔하는 건 국민에게 상당한 정도의 낭패감을 안겼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도청이) 잘못됐다는 것, 유감스럽다는 것,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것 정도는 표명했어야 국민들이 납득하기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일 외교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역사의 청산을 요구해온 것이 마치 잘못된 것인 양 국민에게 말하는 것, 그것 또한 국민에게 크나큰 혼란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도 “지금 정부가 이전 정부의 남북관계 결과를 부정하고 백지처럼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총리 재임 기간 제일 아쉬운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북정책의 골간은 바뀌지 않도록 하는 뭔가를 만들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답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