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이낙연 “민주당, 과감한 혁신 해야…외부 충격 생길지도”

입력 2023-05-23 08:46 수정 2023-05-23 10:22
이낙연 전 국무총리. 뉴시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패배한 뒤 미국으로 출국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저서 ‘대한민국 생존전략’ 출간과 함께 침묵을 깨고 여러 현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특히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는 ‘과감한 혁신’을 요구했다.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전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에서 저서 ‘대한민국 생존전략’ 출간 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통일된 목표를 잃고 있는 것 같다.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들은 마음 둘 곳을 잃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지금은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여기저기 활로가 막혀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평가도 내놨다.

그는 민주당을 포함한 기존 정치권의 과감한 혁신을 요구했다. 이 전 총리는 “기존 주요 정당이 과감한 혁신을 하고 알을 깨야만 할 것”이라며 “그러지 못한다면 외부의 충격이 생길지도 모른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런 일이 안 생기도록 기존 정치가 잘해주기를 지금으로서는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제3의 길’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오른쪽)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생존전략' 출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사회를 맡은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 연합뉴스

최근 친명계와 비명계가 갈등을 빚고 있는 당내 상황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할 것으로 본다”며 “노력의 결과로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 전 총리는 조지워싱턴대에서 방문연구원으로 1년간의 연수를 마치고 다음 달 20일쯤 귀국할 예정이다.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한국은 국내외적 위기를 충분히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게 된 데는 저의 책임도 있다. 그 책임을 제가 다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정치 행보에 대해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역할을 찾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정부의 외교 정책과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이 전 총리는 “한 부분을 놓고 보면 맞는 것 같은데, 다 합치면 이상해지는 것들이 반복된다”며 “구성의 모순”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비판했다.

최근 불거진 미국의 한국 정부 도청 의혹에 대해서는 “도청을 미국이 시인하고 사과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괜찮다고, 악의에 의한 도청이 아닐 거라고 두둔하는 건 국민에게 상당한 정도의 낭패감을 안겼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도청이) 잘못됐다는 것, 유감스럽다는 것,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것 정도는 표명했어야 국민들이 납득하기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일 외교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역사의 청산을 요구해온 것이 마치 잘못된 것인 양 국민에게 말하는 것, 그것 또한 국민에게 크나큰 혼란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도 “지금 정부가 이전 정부의 남북관계 결과를 부정하고 백지처럼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총리 재임 기간 제일 아쉬운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북정책의 골간은 바뀌지 않도록 하는 뭔가를 만들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답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