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강도 못 건넜는데 ‘김남국의 늪’” 이원욱 한숨

입력 2023-05-23 07:51 수정 2023-05-23 10:22
자녀입시 비리 등 혐의로 재판 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오른쪽 사진은 가상화폐 보유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 뉴시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남국 의원의 고액 가상화폐 보유 논란과 관련해 “우리가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한 이유도 당시 강성 팬덤의 영향력이 컸다. (끊어내지 못하면) ‘김남국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22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강성 팬덤과 민주당이 절연해야 한다. 절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강성 팬덤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사람이 스스로 결단하고 끊어내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강성 팬덤 문제를 끊어내야 된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 쇄신 의원총회 때) 이 대표께 (팬클럽)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사퇴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도 드렸다”면서 “‘재명이네 마을’의 주요 공지 글 제목이 ‘김남국 의원님 힘내세요’로 돼 있다. 그 정도로 민심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러니 당이 김 의원을 대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어떤 국민이 ‘진정성 있구나. 참 잘하고 있구나’라고 얘기를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강성 팬덤, 이른바 정치 훌리건들로부터 민주당이 자유로워지지 못하면 집단지성이 발휘되지 못한다”며 “실제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강성 팬덤의) 공격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 이 대표는 그런 문자를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가 16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장원리에서 열린 '청년농업 현장방문 및 간담회'에서 수박을 먹고 있다. 이를 두고 개딸들 사이에서는 ‘수박을 처단하라는 시그널(신호)을 보내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연합뉴스

앞서 이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로 분류되는 이른바 ‘개딸’에게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이 정도 내용으로 문자를 보내는 분을 자랑스러운 민주당원으로 여길 수 있을까. 이걸 보고도 이 대표가 강성 팬덤과 단절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지 묻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은 “당의 쇄신이 필요하다”면서 “쇄신 의원총회 때 당 혁신기구를 만들자고 했는데 늦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가 혁신기구에서 이런 강성 팬덤, 정치 훌리건들과 어떻게 절연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고민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쇄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못할 경우 ‘이재명 퇴진론’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지적에는 “그래서 제가 ‘임계점’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며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박광온 의원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훌쩍 넘는 압도적인 표로 당선됐다. 전체 의원의 생각이 이제는 비명(비이재명)계 쪽이 더 들어가서 얘기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이 가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취재사진

한편 민주당은 김남국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20·30대 지지율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5~19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월 3주차 민주당 지지율은 직전 주 조사와 비교했을 때 4.6%포인트(p) 감소한 42.4%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힘은 2.2%p 오른 38.5%로 집계됐다. 양당 간 격차는 3월 2주차 이후 10주 만에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2.0%p) 내로 좁혀졌다.

민주당의 정치적 텃밭으로 꼽히는 호남권 지지율은 5·18민주화운동 제43주년 기념식이란 호재에도 하락세를 보였다. 코인 이슈에 민감한 20대와 30대에서는 각각 12.9%p, 8.5%p 등 큰 폭의 하락이 관찰됐다.

리얼미터 측은 민주당 지지율 하락이 자사 조사 기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라고 전했다. 이전 최대 낙폭 기록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논란이 불거진 2020년 4월 5주차(7.4%p)였다. 또 김 의원 논란이 ‘조국 사태’(3.0%p)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3.1%p) ‘추미애-윤석열 갈등’(4.4%p)보다도 부정적 영향을 크게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97%)과 유선(3%)을 병행한 자동응답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2%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