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최근 민주당 지지율 하락에 대해 ‘과감한 혁신’을 요구했다. 정치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할 일을 하겠다며 적극적인 정계 복귀 입장도 피력했다. 미·중 갈등 최전선이 된 한국이 위기관리를 잘하지 못하고 있다며 윤석열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이 전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워싱턴대 엘리엇스쿨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겸 귀국간담회에서 “한국은 국내외적 위기를 충분히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그렇게 된 데는 저의 책임도 있다.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은 마음 둘 곳을 잃은 상태”라며 “정치가 길을 찾고 국민이 어딘가 마음 둘 곳을 갖게 되도록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제 결심”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 등에 대해 “기존 주요 정당이 과감한 혁신을 하고 알을 깨야만 될 것”이라며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외부 충격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해 조지워싱턴대학 방문연구원으로 미국을 방문해 최근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불안하게 지켜왔던 평화와 번영이 한꺼번에 흔들리고 있다”며 “냉전시대 미·소 대립의 최전방이었던 한반도가 이제는 미·중 경쟁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전 총리는 그러면서 “한·미·일 협력의 강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북·중·러 연대의 강화를 부르며 한반도의 긴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일 협력의 강화와 함께 한반도 긴장의 완화가 추진돼야 한다”며 “미북대화, 남북대화와 안정적 한중관계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또 “대한민국은 최악의 무역적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며 “한국경제는 터널에 들어갔으나, 출구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동맹중시를 말하지만, 그것은 미국 우선주의에 밀리곤 한다”며 “한국은 전기자동차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반도체에서 한국은 미국과 협력하지만, 중국 수출의 대폭적 감소에 부닥쳤다”고 언급했다.
이 전 총리는 “중국 수출의 급격한 위축에는 중국 경기후퇴와 수요 감소 같은 경제적 요인이 작용하지만 동시에 미·중 대립 속의 한·중 관계 악화라는 정치·외교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리는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커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커졌다가 아니라 안 들리지 않느냐”며 “미국의 파트너인 동맹국 지도자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만 파트너로 가치가 커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한국이 계속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지금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공조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것도 필요하다”며 “그러나 동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는 한국도, 일본도 중국과 안정적 건설적 관계를 확보해야 한다. 한·미·일 모두의 숙제”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한국이 기존 경제관계 유지 등 중국과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미국이 이해하면 좋겠고 도와주기를 바란다”며 “한국이 경제적으로 더 취약해진다면 미국에도 동맹으로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다음 달 독일 튀빙겐 대학과 베를린 자유 대학 등에서 강연한 뒤 6월 말쯤 귀국한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