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의 드레스를 입은 한 여성이 자신의 몸에 가짜 피를 뿌리다가 퇴장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여성의 신원이나 퍼포먼스를 한 명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국기를 떠올리는 드레스에 ‘피’를 활용한 것으로 보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알리려 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과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제76회 칸 영화제의 주 행사장인 팔레 데 페스티발 앞에서 지난 21일 밤 프랑스 감독 쥐스트 필리포의 비경쟁 부문 초청작 ‘아시드(Acide)’ 시사회를 앞두고 깜짝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시키는 파란색과 노란색이 반씩 섞인 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레드카펫이 깔린 계단을 오르다가 뒤를 돌아봤다. 그러더니 갑자기 빨간색 액체가 담긴 비닐을 꺼내 머리 위에서 터뜨렸다. 빨간색 액체는 이 여성의 머리와 온몸에 묻어 마치 피범벅이 된 것처럼 보였다.
당시 촬영된 영상을 보면 이 여성은 웃는 얼굴로 차분하게 이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무런 메시지도 직접 밝히지는 않았다. 보안요원들은 즉각 이 여성을 제지해 레드카펫 밖으로 내보냈다. 여성도 별다른 반항을 하지 않고 그대로 끌려나갔다.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 드레스를 입고 피범벅을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벌써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군인과 민간인의 피해가 계속 누적되고 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2022년 2월 24일부터 2023년 5월 7일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서 민간인 8791명이 숨지고 1만481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민간인 사상자 중 어린이는 1535명으로 집계됐다. 유엔은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군인의 경우 양국 사상자가 35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