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불운으로 첫발도 떼지 못했던 전지희-신유빈 조가 돌아온 세계탁구선수권 여자복식 첫 경기에서 완벽하게 이기면서 화려한 복귀를 했다.
전지희-신유빈 조가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인터내셔널컨벤션센터(DICC)에서 열린 2023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복식 32강에서 마테야 예게르-이바나 말로바비츠(크로아티아) 조를 3대 0(11-6 11-6 11-8)으로 완파했다.
전지희-신유빈은 부전승으로 이번 대회 32강부터 첫 경기를 치렀다. 시작부터 가벼운 몸놀림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4점을 연달아 내며 단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고 1게임을 가져왔다. 2게임도 1점을 내준 뒤 5점을 연이어 뽑아내며 승기를 잡았고 무리 없이 이겼다.
3게임은 초반 1-4로 끌려갔지만 괴력을 발휘하며 7연속 득점으로 앞서갔다. 다시 추격을 허용해 8-8 동점이 됐지만 3점을 달아나며 빠르게 경기를 매듭지었다.
전지희는 “한 번도 안 붙어본 상대여서 첫 게임 어려운 고비가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옆에 파트너(신유빈)가 든든해서 여유를 갖고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유빈은 “첫 경기가 까다롭다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연습한 게 나와서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서 동시에 진행되던 남자복식 장우진-임종훈 조가 초반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며 경각심을 갖기도 했다. 지난 대회 은메달인 장우진-임종훈 조는 2게임을 내주며 첫 경기에서 탈락 위기에 놓였지만 대역전승을 거두며 기사회생했다.
전지희는 “옆 테이블이라서 준비하면서 0-2로 지고 있는 걸 봤다”며 “유빈이랑 ‘우리 것 처음부터 집중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신유빈도 “모든 경기가 순탄하게만 흘러가진 않는구나 생각하고 착실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국 탁구 여자복식 최강 페어인 전지희-신유빈 조는 지난 대회에도 시드를 배정받아 32강에 직행했지만, 신유빈이 손목 부상 악화로 기권하면서 첫발도 떼지 못했다. 이 때문에 2년 만에 나선 대회에서는 메달을 벼르고 있다.
전지희는 “마지막 단계(결승전)까지 가는 게 목표”라며 “잘 자고 잘 준비하고 한 포인트 한 포인트 최선 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유빈도 “메달이 목표. 언니랑 그 전부터 해왔고 그렇게 노력해왔던 게 이번 시합에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자복식에서는 장우진-임종훈 조에 이어 이상수-조대성 조도 32강에서 승리하며 16강에 진출했다.
이상수-조대성은 싱가포르의 클라렌스 추-베쿤팅 조를 3대 0(15-13 11-5 11-5)으로 완파했다. 1회전에서 스웨덴의 안톤 칼베르그-존 페르손 조와의 경기에 이어 2경기 연속 3대 0 완승이다.
1게임 잦은 실수가 나오면서 고전했지만 4번의 듀스 끝에 승리했다. 시작을 잘 끊은 이상수-조대성은 남은 두 게임을 손쉽게 가져오며 승리했다.
이상수는 “이겨야 할 팀을 이겼다고 생각한다”며 “경기 내용은 아쉬운 면이 있어서 앞으로 상대들은 더 강하니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대성은 “생각한 것보다 상대가 더 까다로워서 초반에 고전했는데 첫 세트 잘 풀리고 나니까 쉬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여자단식에서는 맏언니 서효원(36·세계랭킹 45위)이 64강에서 우크라이나의 솔로미야 브라테이코(149위)를 4대 1(11-9 11-4 11-5 3-11 11-7)로 꺾고 32강에 안착했다.
서효원은 경기 후 “처음 붙어보는 선수인데 준비한 만큼 잘 나와서 경기를 이긴 것 같다”며 “이제부터 좀 더 어려운 선수들을 만날 텐데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다음 게임 이길 거란 자신감 갖고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자단식 조승민(25·세계랭킹 49위)은 지난 대회 준우승자인 트룰스 뫼르고드(7위·스웨덴)과 64강에서 만나 분전했지만 1대 4(8-11 1-11 9-11 18-16 8-11)로 패했다.
더반=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