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로마 트레비 분수…검게 변한 푸른 물, 왜?

입력 2023-05-23 00:05 수정 2023-05-23 00:05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 기후활동가들이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유명 관광지 트레비 분수에 식물성 먹물을 뿌린 뒤 화석연료에 공적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탈리아 로마의 명물 트레비 분수가 한 환경단체의 ‘먹물 테러’로 검게 물들었다.

21일(현지시간)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유명 관광지에서 먹물 테러를 벌여온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이탈리아어로 ‘마지막 세대’라는 뜻)가 이번에는 로마의 명물 트레비 분수를 검게 물들였다.

트레비 분수는 연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로마의 명물이다. 이탈리아 건축가 니콜라 살비에 의해 1762년 탄생해 바로크 양식의 걸작으로 꼽힌다. 영화 ‘로마의 휴일’과 ‘달콤한 인생’에 등장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시위를 벌인 활동가 7명은 이날 “우리는 화석(연료)에 돈을 내지 않겠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트레비 분수에 들어가 식물성 먹물을 부었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죽어가고 있다”고 외치기도 했다.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 기후활동가들이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유명 관광지 트레비 분수에 식물성 먹물을 뿌린 뒤 화석연료에 공적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 단체는 지난달 로마 스페인광장의 바르카치아 분수를, 이달 6일에는 로마 나보나광장 피우미 분수에 먹물을 부어 검게 물들이는 테러를 저지른 바 있다. 모두 많은 관광객이 찾는 유명 관광지다.

이탈리아 로마의 유명 관광지 트레비 분수에 식물성 먹물을 뿌린 활동가가 경찰에 의해 분수 밖으로 끌려 나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활동가들은 경찰에 의해 끌려 나온 뒤 시위 물품을 압수당했다. 분수 주변에 있던 관광객들은 활동가들의 행동을 영상으로 찍었으며, 일부는 욕설과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울티마 제네라치오네 측은 최근 이탈리아 북부를 강타한 홍수 피해를 계기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려고 이번 시위를 벌였다며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서는 지난 16~17일 이틀간 물 폭탄이 쏟아져 14명이 숨지고 3만6000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수십억 유로 규모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우려면 평범한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이 같은 ‘과격 시위’에 난처해하고 있다.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시장은 “우리의 예술 유산에 대한 이런 터무니없는 공격을 그만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먹물이 분수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울티마 제네라치오네의 주장에 대해서도 “(복구를 위해) 30만ℓ의 물을 버려야 한다. 시간과 노력, 물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환경단체의 잇단 과격 시위에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이어 지난달 문화유산과 예술품을 훼손하거나 파손할 경우 최대 6만 유로(약 874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