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결국 우울증갤러리 차단 대신 “자율규제 강화”

입력 2023-05-22 18:27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 캡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우울증 갤러리’에 대해 접속 차단은 하지 않고 사업자에 자율규제 강화를 요청하기로 했다.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는 22일 회의를 열고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경찰서가 요청한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 일시 차단’ 안건에 대해 ‘자율규제 강화’ 권고를 의결했다.

이날 참석한 위원 5명 중 4명은 사업자인 디시인사이드에 자율 규제를 강화하자는 의견을 냈다. 나머지 한 명도 일시 차단 조치에 ‘해당없음’ 의견을 냈다.

회의에서 정민영 위원은 “게시판 자체가 범죄 목적으로 개설됐다고 보긴 어렵고 지금 문제 된 게시물이 전체 게시물에 비춰 보면 양적으로 비중이 크지 않아서 게시판 자체를 폐쇄하는 방식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심각한 사건이 있었고 논란이 있었던 만큼 디시인사이드 쪽 사업자에 대해 사후 규제를 강화할 것을 권고하는 게 어떻겠냐”고 덧붙였다.

이광복 부위원장도 “디시인사이드에 여러 갤러리가 있는데 극단적 선택을 유도한 글 91건 중 우울증 갤러리에는 5건만 있다”며 “극단적 선택을 한 청소년이 거기서 활동했다는 것만으로 우울증 갤러리만 차단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가 자율규제 차원에서 미리 관련 글을 삭제하고 차단하는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뉴시스

우울증갤러리의 애초 목적이 우울증 환자들의 위로 공간이라는 점도 이유로 제시됐다. 윤성옥 위원은 “불법 정보의 양적·질적 부분과 비중, 정보의 목적과 유형, 윤리·법과 사회적 통념에 대한 위해 여부, 글의 정보와 특성·맥락 등에 비춰봤을 때 해당 게시판은 극단적 선택을 유도하기보다는 우울증에 공감하고 위안을 주는 게 주요 목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정 카페에서 모여서 범죄를 공모한다고 카페를 폐쇄하면 범죄를 예방하는 게 아니다”며 “또 접속 차단을 하지 않는 게 불법 정보를 방치하는 게 아니고 불법 정보는 개별적으로 삭제한다”고 강조했다.

황성욱 소위원장은 “법리적으로는 ‘해당 없음’이지만 국민 민감도와 사회적 이슈를 고려해 ‘자율규제 강화’로 절충하는 조치를 내자”고 했다.

이 같은 의견은 앞서 지난 12일 방심위 통신소위의 자문기구인 통신자문특별위원회에서 나온 의견과 일맥상통한다. 자문위는 ‘차단이 필요한 게시물의 양이 많지 않고, 우울증 환자들이 해당 공간에서 위로받는 효과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커뮤니티 자체를 차단하긴 어렵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앞서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 한 고층건물에서 10대 여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상황을 SNS로 생중계했다. 이를 수십 명이 시청했고, A양의 숨진 배경에 우울증 갤러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방심위는 회의 후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강남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청소년이 사망한 사건 이후 약 한 달 동안 극단적 선택을 유발할 수 있는 정보 117건을 삭제 또는 접속 차단했다고 밝혔다.

서혜원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