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대 석유기업 엑손모빌이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 생산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기차 붐’ 시대에 발맞춰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WSJ는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엑손모빌이 최근 자원 탐사 기업 갤버닉 에너지로부터 아칸소주 남부 스맥오버 내 토지 12만 에이커(485㎢)를 매입했다”고 전했다. 매입가는 1억 달러(약 1318억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갤버닉은 지난해 자문회사의 조사 결과 아칸소주 매장지 일대에 전기차 5000만대에 전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탄산리튬 등가물 400만t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고 밝혔다.
리튬은 휴대전화와 노트북, 전기차 등의 동력원인 2차전지를 만들 때 사용되는 원료다. 한 관계자는 “엑손모빌이 앞으로 몇 개월 내 시추를 시작할 수 있으며 수익성이 입증되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WSJ은 “리튬 생산은 엑손모빌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편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튬 등 배터리 소재의 공급 경쟁은 전기차 산업이 확대되면서 촉발됐다. 미국은 한때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이었지만 생산량이 급감해 현재는 중국 등 다른 나라에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칸소주와 같은 지역에서 리튬을 생산하면 미국이 국내 수요를 충족하고 전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리튬의 국내 생산을 장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는 리튬 등 핵심 광물 생산의 10%를 세액 공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엑손모빌은 1970년대 리튬 산업의 기초를 다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회사 화학자 스탠리 휘팅엄은 뉴저지주 린든에 있는 기업 연구소에서 근무하여 리튬이온배터리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노벨상을 받았다.
다른 대형 석유 생산업체들도 리튬 사업을 검토 중이다. WSJ에 따르면 옥시덴털 페트롤리움은 자회사인 테라리튬을 통해 지하에서 퍼 올린 소금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투자은행 레이몬드제임스의 애널리스트 파벨 몰차노프는 “향후 수십 년 동안 전기차가 대중교통을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은 석유 및 가스 회사에 리튬 사업에 뛰어들도록 하는 강력한 동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