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사 “거북선 154만원 매각 이해 안 돼…경위 조사”

입력 2023-05-22 17:08
경남도가 사업비 16억원을 들여 만든 '1592년 거북선'이 2011년 6월 완성 전 막바지 점검을 받고 있다. 경남도 제공

박완수 경남지사는 사업비 16억원을 들여 제작한 거북선이 154만원에 팔린 것과 관련해 “이해할 수 없다”며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박 지사는 22일 경남 창원에 위치한 도청에서 실국본부장회의를 열고 “국비와 도비 수십억원을 투입해 건조한 거북선이 154만원에 낙찰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지사는 이어 “거액을 들여 거북선을 건조한 목적이 있었을 것”며 “관광자원 조성 등 그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수리해서라도 계속 활용해야 하는데, 팔아치운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북선은 당초 목적대로 사용하게 해야 한다”며 “거북선이 어떤 경위로 제작돼 매각됐는지 그 과정을 조사하라”고 주문했다.

거제 일운면 거제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된 ‘1592년 거북선’은 8차례 입찰 끝에 154만원에 지난 16일 낙찰됐다. 낙찰일로부터 10일 이내(오는 26일)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면, 낙찰자 소유가 된다. 낙찰자는 개인으로, 사용 용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거북선은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경남지사 시절 드라이브를 걸었던 ‘이순신 프로젝트’에 따라 2011년 완성됐다. 거북선은 3층 구조로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로 복원됐다. 사료 고증을 토대로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모습으로 만들어져 이른바 ‘1592년 거북선’으로 불린다.

그러나 해당 거북선은 ‘짝퉁’ 논란에 휩싸였다. 거제시는 거북선을 제작하면서 “국내산 소나무 ‘금강송’을 재료로 썼다”고 홍보했는데, 미국산 소나무를 섞어 만든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거북선 건조업체 대표는 2012년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고, 김두관 당시 경남지사는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건조를 마친 이후에는 비용 문제가 제기됐다. 목재가 썩고 뒤틀리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보수공사나 도색 등에 매년 수천만원이 투입됐다. 2015년부터 거북선 보수비로만 연평균 2000만원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태풍 ‘힌남노’까지 국내에 상륙하면서 거북선 선미(꼬리)가 파손돼 안전사고 우려까지 제기됐다.

이에 거제시는 거북선을 유지·보수한다고 해도 내구연한이 7~8년에 불과해 효용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결국 폐기하기로 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