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웅이 아직 우승 반지가 하나도 없다. 반지 끼워주려고 왔다.”
“‘연봉킹’보다는 ‘농구킹’이 되고 싶어서 KCC를 선택했다. KCC를 킹으로 만들겠다.”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로 꼽혔던 최준용이 전주 KCC로 이적을 결심한 뒤 길었던 침묵을 깼다.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최준용은 ‘미국 무대 진출’에 대한 꿈과 ‘다음 시즌 우승’이라는 목표에 대해 말했다.
KCC는 22일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최준용의 입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터뷰에 앞서 전창진 KCC 감독의 유니폼 수여식이 이루어졌다. 곧바로 유니폼을 착용한 최준용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동료 선수 허웅의 환영 꽃다발까지 받고서 환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FA시장이 열린 후부터 최준용이 원 소속팀 서울 SK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이어지긴 했지만 KCC는 예상밖 행선지였다. 첫 질문은 당연히 이번 결정에 대한 물음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FA 협상 과정이랄 게 없었다. 약 두 달 동안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입을 뗀 뒤 “KCC를 포함해 SK, 서울 삼성, 원주 DB까지 4개 구단과 접촉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FA 자격을 얻은 대어급 선수들이 7억원대에 계약을 성사한 것에 비하면 최준용의 연봉 상승률은 그리 높지 않다. 올해 그가 계약한 보수 총액은 직전 해보다 5000만원이 오른 6억원(연봉 4억2000만원·인센티브 1억8000만원)이다. 그는 연봉보다는 꿈이 우선순위라는 입장이다. 최준용은 “KCC를 선택한 명확한 이유는 꿈이다. 항상 미국에 가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KCC는 그 꿈을 존중해줬다”고 밝혔다.
최준용이 합류하면서 KCC는 단박에 다음 시즌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팀의 주축 멤버가 될 허웅 최준용 송교창 이승현 라건아는 모두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대비 35인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국가대표 라인업이다. 앞서 오세근을 영입하며 김선형·자밀 워니까지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들로 역대급 전력을 꾸린 SK와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다음 시즌부터 친정팀 SK를 라이벌로 상대해야 하지만 최준용은 큰 부담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시즌을 개막할 때마다 모든 팀이 우승 후보라고 생각하고 임해왔다. 그중에서도 제가 속한 팀이 최고의 팀이라고 생각해왔기에 모든 팀에게 경고하겠다”며 “조심하라”고 덧붙였다.
부상 이슈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는 발뒤꿈치 부상으로 이번 정규시즌 막바지부터 챔피언결정전을 마칠 때까지 결장했다. 최준용은 “안 아픈데 일부러 안 뛰는 거 아니냐는 말도 많았다. 하지만 부상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껏 애매하게 아프면 참고 뛰곤 했는데 그러면서 큰 부상을 두 번 당했다. 너무 뛰고 싶어질까 봐 플레이오프 시합 때도 안 가게 되더라”고 플레이오프 기간 코트 바깥에서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이유를 밝혔다. 현재 몸 상태에 대해선 “운동을 안 해봐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100% 회복된 거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응원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간 SNS로 팬들과 꾸준히 소통해왔던 그지만 이번 FA 기간만큼은 말을 아껴왔다. 최준용은 “(이적을 결정하고 나서) 마음이 아프더라. 많은 사건들이 있었음에도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서포트해준 건 구단이 아니라 팬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팬분들에게만 감사하다”며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