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걸려 마지막 변론기일에 참석하지 못한 주심판사가 1심 판결문을 직접 작성했다고 적은 사실이 2심에서 드러나 1심 판결이 직권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3부(재판장 이승한)는 B사가 “고형연료제품 사용시설 불허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양주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소 승소 판결한 원심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다만 지난 3월 사건을 다시 판결한 2심도 1심과 같이 B사 손을 들어줬다.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1심에서 주심으로 계속 재판에 참여했던 A판사는 마지막 변론기일 전날 코로나19에 확진돼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2심 재판부는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1심 변론종결일 변론에는 C, D, E 판사가 관여했고, 문서 작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자문서로 작성된 1심 판결문에는 위 3인 판사가 서명날인했다”며 “하지만 1심 판결문 결론이라고 기재된 목차 바로 옆에는 흰색 글씨로 ‘이 판결은 주심판사인 A가 작성했다’고 적혀있다”고 지적했다.
판결은 기본이 되는 변론에 관여한 법관이 해야 하고, 기본이 되는 변론에 관여한 법관은 변론종결 시 관여한 법관을 뜻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문제의 판결문 문구는 컴퓨터 모니터로 열람하거나 인쇄할 경우에는 보이지 않으나, 내용을 복사해 다른 문서 프로그램에 붙여넣으면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은) 기본이 되는 변론에 관여하지 않은 A판사가 판결문을 작성해 1심 판결에 관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1심 판결은 그 판결절차가 위법해 직권으로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