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국민일보에 보도된 “‘오후 6시 퇴근합니다’…MZ 교역자 칼퇴에 교회 들썩”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사와 ‘더미션’ 페이스북 계정에 달린 댓글에는 “MZ 세대 교역자를 이해해야 한다”는 지지 발언도 있었지만 “하루에 네 시간도 자지 못하고 목사·사모·부목사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다. 무슨 칼퇴냐”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기사는 MZ 세대 교역자들의 현실을 짚어보고 교회 내 계층 간 소통과 언로 확대를 제안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교인들의 희로애락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교역자들의 노고는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과로로 세상을 떠난 교역자들의 부고도 종종 접할 수 있습니다. 사역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가 왔다거나 소화불량, 대인기피증 등 여러 건강상의 문제를 호소하는 교역자들도 적지 않죠.
‘교역자들은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인식도 일반적입니다. 이 때문에 새벽에 아무리 일찍 사역을 시작해도, 늦은 시간까지 지방에 심방을 가더라도 ‘추가근무’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수당을 신청하는 건 엄두도 못 낼 일입니다. 그렇다고 사례비가 높은 건 더욱 아니죠. 여전히 ‘열정페이’가 미덕처럼 받아들여 지는 곳이 교회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목사인 남편이 사역으로 힘들어하는 걸 지켜보던 사모가 오히려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우울증에 빠지는 사례도 있습니다. 댓글처럼 교역자들 간에 ‘상명하복’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역을 접는 목회자도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칼퇴하는 교역자가 있지만 여전히 군대식 목회 환경 속에서 고된 사역에 시달리는 교역자가 있는 게 현실이죠. 천차만별인 셈입니다.
이처럼 사역 환경이 각양각색인 건 우리나라의 ‘개교회주의’ 때문입니다. 개교회주의는 교회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교회의 형편에 따라 목회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입니다. 개신교의 부흥을 이끈 중요한 요인이지만 어두운 면도 분명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빈익빈 부익부’라는 병폐를 불러왔다는 점입니다. 대형교회와 중형교회, 그리고 작거나 미자립교회 사이의 격차를 불러왔습니다.
결국, 같은 신학교에서 신학 수업을 받은 동기라 하더라도 어떤 교회, 어느 지역에서 사역하느냐에 따라 사역 환경이 크게 차이 납니다. 이를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언젠가는 개선해야 할 한국교회 전체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일부에서 ‘표준 사역 지침’을 제정하자는 제안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교회마다 형편이 달라 사례에 차등이 있는 것까지 균등하게 맞출 수는 없다 하더라도 목사들의 사역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정한 뒤 새벽기도 설교나 사회, 심방 등으로 시간 외 사역을 하면 이를 인정해 주는 등의 사역 지침을 정하자는 제안입니다.
이런 지침이 여전히 목회에는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어 보입니다. 성직자이기 때문에 희생하고 헌신해야 한다는 정서가 크기 때문이죠. 하지만 교역자들에게 한결같은 헌신만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세대의 교역자들이 원활하게 소통하며 하나님 나라를 확장할 수 있도록 총회나 노회가 나서 교역자를 위한 표준 사역 지침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