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직원에게 상습적으로 막말하고 부당한 업무 지시를 하다 해고된 간부급 공무원(3급)이 해임 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전직 공무원 A씨가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8~2021년 행안부 과장으로 재직하다 국가공무원법상 성실·품위유지 의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알선·청탁 금지 등을 규정한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지난해 1월 해고됐다.
징계위 조사에 따르면 A씨는 평소 부하 직원들을 ‘야’ 등으로 낮춰 부르고 다리를 책상 위에 올린 채 보고를 받는 등 모멸감을 줬다. 모친의 병원 진료를 위해 연가를 신청한 직원에게 “자녀가 너밖에 없어? 직장 다니는 니가 왜 부모를 케어하느냐”고 질책했고, 군인 출신 직원에게는 “소령 출신 맞나. 이래서 어떻게 소령을 달았나”며 면박을 줬다.
한 직원이 건강 악화로 질병 휴직을 신청하자 그의 아내에게 주말에 전화해 “남편이 성실하지 못해 큰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원의 3분의 1 이상 재택근무 명령이 유지되고 있던 때에도 재택 근무자에게 “재택에 맛 들였다”며 비꼰 것으로 조사됐다. 정작 자신은 상급자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수십 회 무단외출과 출장, 조기 퇴근을 반복했다.
청사 내 화단공사, 자동차 보험가입 등 업무 관련해서도 A씨는 부하 직원들에게 자신의 지인·동창 등이 운영하는 업체와 계약을 진행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실제로 일부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대부분 발언은 직원들과 두터운 친분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욕설·폭언 등 비인격적 대우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언동으로 직원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비인격적 대우를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의 폭언에 대한 직원 대다수의 진술이 일치하는 만큼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A씨가 담당 직원에게 (지인 업체와의) 계약 체결을 직접 지시하지 않았고, 최종적으로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알선 자체가 공무원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이며, 지인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소개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 사건 처분으로 A씨는 공무원 신분을 상실하는 불이익을 입는다”면서도 “해임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직사회 기강 확립이라는 공익이 A씨가 입을 불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