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의 현금 보유 잔액이 500억 달러 대로 쪼그라들었다. 부채한도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보유 현금이 바닥나는 X-데이트가 6월 1일 발생할 수 있다는 재닛 옐런 장관 경고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블룸버그는 21일(현지시간) “미 재무부의 현금 잔고는 지난 19일 현재 573억 달러 수준으로 전날 683억 달러에서 감소했다”며 “교착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창이 얼마나 빨리 닫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재무부 현금 잔고는 지난 12일 1400억 달러에서 불과 1주일 만에 6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인 알렉 필립스와 팀 크루파는 “정부 수입 확보가 예상보다 느려져 다음 달 1~2일 재무부에 현금이 부족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며 “6월 8일이나 9일이면 보유 잔고가 연방 의무를 충족하기 위한 마지노선인 3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닛 옐런 장관은 이날 NBC 방송에서 “나는 6월 초, 이르면 6월 1일에 우리의 모든 청구서를 지급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조정이 불가능한 데드라인(hard deadline)”이라며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이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는 경고를 재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무리한 뒤 귀국하는 기내에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통화하고 부채한도 논의를 다시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양측 보좌관들이 만나 실무협상을 재개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은 22일 3차 담판을 벌이기로 했다.
매카시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의 대화는 생산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이해한다면 몇몇 문제들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통화는 부채한도 협상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뤄졌다”며 “경제적 재앙을 피할 수 있다는 새로운 긍정적 신호를 발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을 놓고 여전히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합의안 마련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타결까지 우여곡절이 더 있을 것”이라며 “시장이 추가 위험을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주 협상 타결 확률을 30%, 데드라인 직전 타결할 확률을 30%로 제시했다.
양측은 신경전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는 상대방(공화당)이 극단적인 입장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며 “공화당은 당파적 요구를 내세우면 초당적 합의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매카시 의장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태도를 바꾼 것은 대통령이다. 그는 올해 지출보다 내년에 수십억 달러를 더 지출할 것을 제안했다”며 “대통령은 협상보다는 디폴트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