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적는 獨총리 뒤…‘파독간호사’ 작품이었다 [포착]

입력 2023-05-22 08:03 수정 2023-05-22 10:00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독 정상회담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정상회담 현장에 ‘파독 간호사’ 출신 화가로 유명한 고(故) 노은님의 작품이 걸려 이목을 모았다.

2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숄츠 총리가 방명록에 서명할 때 배경에 걸려 있던 그림 한 점이 노은님 작가의 1984년작 ‘지구의 어느 구석 아래서’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물고기, 사슴, 토끼, 새 등 평범한 자연을 소재로 삼아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꾸미지 않은 천진한 눈과 소박한 기술을 보여준다.

숄츠 총리는 설명을 들은 뒤 “그림이 정말 아름답다”며 양국의 인연을 고려한 윤 대통령의 배려에 사의를 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독 정상회담에 앞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파독 간호원 출신 노은님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과 숄츠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을 열고 공급망,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 비핵화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숄츠 총리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한 것을 계기로 13년 만에 방한하면서 이뤄졌다. 양자 차원의 공식 방한은 1993년 헬무트 콜 총리 이후 30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은 전쟁과 분단의 아픔 속에서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며 특별한 유대감을 쌓았다”며 “독일은 핵심 우방국이자 가치 파트너”라고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독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밝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숄츠 총리는 “독일에 많은 한국인이 오고, 특히 파독 간호사들은 우리 독일의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했다”며 “대한민국의 발전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이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가 긴밀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비무장지대(DMZ)를 직접 방문해 평화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직접 목도했다”며 “양국 관계가 분단의 경험으로 인해 더욱 긴밀하게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브리타 에른스트 여사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독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편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숄츠 총리 부인 브리타 에른스트 여사는 이날 환담을 하며 한국 문화재 반환을 포함해 문화 교류 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김 여사는 에른스트 여사가 이날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다고 한 데 대해 “한반도 분단의 현실을 생생히 보여주는 장소”라면서 분단의 아픔을 딛고 통일을 이룬 독일을 평가했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함께 한국을 공식 방문한 브리타 에른스트 여사와 환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 여사는 독일과 논의 중인 문화재 반환에 대해 “독일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한국 문화재와 관련해 양국 전문기관 간 공동 출처조사 등 구체적인 협력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에른스트 여사는 “독일 정부가 문화재 반환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계속 협의해 나갈 뜻을 밝혔다.

김 여사와 에른스트 여사는 다양한 문화 교류를 통해 한·독일 우호 관계가 더욱 심화하기를 바란다고도 의견을 모았다. 특히 김 여사는 에른스트 여사에게 올해 양국 간 교류 140주년을 맞아 진행되는 다양한 행사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