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중 여학생 2명 참변… 77세 운전자 “기억이 안 나”

입력 2023-05-22 05:00 수정 2023-05-22 10:03
70대 운전자가 몰던 흰색 승용차가 지난 18일 오후 4시50분쯤 충북 음성군 감곡면의 한 사거리에서 갑자기 인도로 돌진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 사고로 숨진 고등학생 A양의 영정. JTBC 보도화면 캡처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여학생 2명이 70대가 몰던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13살과 16살 두 소녀의 발인식이 무거운 슬픔 속에 각각 열렸다.

사고는 지난 18일 오후 4시50분쯤 충북 음성군 감곡면의 한 사거리에서 발생했다. 운전자 B씨(77)가 몰던 SM3 승용차가 빠른 속도로 질주하다가 갑자기 인도로 돌진해 피해자들을 친 것이다. 차량은 가드레일과 전신주를 잇달아 들이받고서야 멈춰 섰다.

두 명의 피해자 중 13살 중학생은 사고 당일 숨졌고, 16살 고등학생 A양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하루 뒤인 19일 사망했다.

인도로 돌진한 70대 운전자 차량에 치여 숨진 고등학생 A양의 발인식. JTBC 보도화면 캡처

21일 JTBC에 따르면 이날 엄수된 A양의 발인식에는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A양의 영정에는 교복을 입고 찍은 학생증 사진이 담겼다. 가족들은 관이 운구차에 실리는 순간까지 “우리 아기, 우리 아가, 아가”라며 오열했다.

A양의 관이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며칠 전까지 공부하던 학교였다. 자리에는 A양이 쓰던 공책과 물건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A양의 언니는 동생의 자리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렸다.

인도로 돌진한 70대 운전자 차량에 치여 숨진 고등학생 A양의 발인식. JTBC 보도화면 캡처

언니는 생전 A양이 가족들을 살뜰히 생각하는 속 깊은 아이였다고 전했다. 그는 “(한번은 동생이) 엄마 아빠 용돈도 드려야 하니까 취업도 잘 되고 돈도 잘 벌 수 있는 좋은 직업을 알려달라더라. ‘간호사’라고 답했더니 그 순간부터 동생 꿈이 간호사가 됐다. 돈 많이 벌어서 우리 엄마 아프지 않게 같이 사는 게 꿈이라고 했다”고 매체에 말했다.

이어 “(동생이 산 물건이라고는) 치마 하나 없고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엄마가 ‘뭐 사줄까’ 그러면 동생은 ‘아니야, 엄마 힘들게 돈 버는 데 나는 필요 없어’ 그랬다. 마지막 대화도 아침에 ‘아빠 나 500원만 줘. 과자 사먹게’(라고 했었다)”며 울먹였다.

70대 운전자가 몰던 흰색 승용차가 지난 18일 오후 4시50분쯤 충북 음성군 감곡면의 한 사거리에서 갑자기 인도로 돌진하고 있다. JTBC 보도화면 캡처

사고를 당한 A양의 모습은 참혹했다고 언니는 전했다. A양의 언니는 “장기도 다 너무 상해서 기증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며 “누군지도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가해 70대 운전자인 B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식을 찾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경찰에 “어떻게 사고가 난 건지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 충북 음성군 감곡면의 한 사거리에서 인도로 돌진해 행인 2명을 친 차량. JTBC 보도화면 캡처

B씨에 대한 음주 측정 결과 술을 마신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의 혈액을 채취해 재차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지점 주변 CCTV를 분석해 B씨의 승용차가 신호를 위반해 인도로 돌진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