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 AI의 활약이 커지고 있다. 고객에게 여행 상품을 추천하거나, 상품 레시피를 개발하는 등의 중요한 업무를 AI에게 맡기는 사례가 늘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지난 19일 오픈AI의 챗 GPT를 적용한 AI 챗봇 서비스 ‘여행정보 AI’ 베타서비스를 공개했다. AI가 여행 일정 혹은 상품을 추천해주고, 현지의 날씨나 맛집, 명소 등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하나투어 앱에서 ‘바르셀로나 6일 일정 추천해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방문하기 좋은 시간 언제야’ 등 필요한 정보를 물으면 대화 형식으로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챗 GPT의 답변을 그대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여행 트렌드를 반영해 국내 여행객에게 적합한 정보를 제공한다.
롯데마트·슈퍼는 지난 18일 AI로 당도와 품질을 선별한 ‘AI 선별 영주 소백산 GAP 사과’를 출시했다. 사과의 저장 말기인 5월에는 갈변 현상이나 미세한 외관 흡집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를 집중적으로 개선했다. AI 선별 시스템은 단순히 중량이나 당도뿐 아니라, 품목에 따라 수분 함량과 후숙도까지 측정할 수 있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출시했던 AI 선별 멜론은 기존에는 측정이 어려웠던 갈변과 숙성도 등의 결함을 잡아내면서 고객불만 건수가 직전 연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GS25는 지난 17일 AI를 활용해 기획·제조한 ‘아숙업레몬스파클하이볼’을 출시했다. 챗봇 서비스인 아숙업(AskUp)에게 제작 전 과정의 의사결정을 묻고, 답변을 참고해 만든 상품이다. 한 달 여간 ‘맛있는 하이볼 레시피를 알려줘’ ‘캔의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할까?’ 등 맛·알코올 도수·레시피·디자인·가격을 AI에게 물었다. AI의 추천에 따라 레몬향과 위스키의 오크향을 첨가하고, 캔의 디자인에는 민트색과 노란색을 사용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AI 카피라이터 ‘루이스’를 정식으로 도입했다. 네이버의 대규모 AI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으로, 감성적인 문구까지 쓸 수 있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최근 3년간 사용했던 광고 문구 중 반응이 좋았던 1만여 건을 학습시켰다. 루이스에게 ‘봄’과 ‘입학식’을 키워드로 ‘향수’에 대한 광고 문구를 만들라고 요청하자, “‘향기로 기억되는, 너의 새로운 시작’ 어떤가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AI가 주요 업무까지 도울 수 있게 되면서 직원들이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업무 환경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서비스들이 쏟아져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