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아시아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도 회담했다.
일본 NHK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폐막일인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등 각국 정상과 연쇄 회담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히로시마에 도착한 후에도 G7의 4개국과 유럽연합(EU), 인도 등의 각국 정상과 회담했다고 자신의 SNS에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위한 다음 단계의 군사지원 내용을 곧 발표할 것”이라며 이번 군사 패키지에는 탄약과 장갑차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편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수낵 총리도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안보가 곧 우리의 안보”라고 말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의 존재 자체가 러시아를 향한 강력한 신호”라며 “G7은 우크라이나 지지에 단결돼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일원으로서 러시아와 긴밀한 정치 및 무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도 정상과 회담을 가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평화 공식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자 모디 총리는 “사태 해결을 위해 인도와 제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당초 젤렌스키 대통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도 회담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불발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두 개의 개별 세션에 참여했다. 오전 세션8에서 G7 회원국 정상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정세를 논의했다. 기시다 총리는 러시아 침공에 대항해 온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기와 인내에 경의를 표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정하고 영속적인 평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 것에 대해 G7으로서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세계 평화와 안정’을 다룬 세션9에 G7 회원국과 한국 등 참관국 정상들과 함께 참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립 입장인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G7은 전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 등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가장 강한 표현으로 다시 한번 비난한다”며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올 때까지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크림반도 합병으로 추방되기 전 G8 회원국이었던 러시아는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 초청받지 못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