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짠테크’ 트렌드가 굳어지고 있다. 한동안 우리 사회에서 지배적이던 과시형 소비 트렌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시대’를 맞아 절약형 소비 흐름으로 전환됐다. 팬데믹 직후 뜨거웠던 ‘보복소비’까지 시들해지면서 편의점 할인 상품과 온라인쇼핑몰 리퍼 상품 등 가성비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21일 GS25에 따르면 지난 2월 시작한 GS25의 ‘갓세일’(매달 20일부터 말일까지 진행하는 물가안정 세일)은 매달 2.5~3배에 가까운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행사에서는 직전 주 같은 기간 대비 164%, 지난달 행사에서는 193% 매출이 증가했다. GS25는 이달에도 계란, 두부, 휴지, 과자, 음료 등을 ‘1+1’ 등으로 판매한다.
CU는 매달 상반기에 할인 행사인 ‘쓔퍼세일’을 하고 있다. 지난달 1~11일 쓔퍼세일 기간 할인 상품 매출이 행사를 하지 않는 기간보다 420%나 급증했다. 편의점 특성상 가격 할인보다는 ‘1+1’ ‘2+1’ 프로모션이 많다. 쓔퍼세일 기간 음료의 매출신장률은 664.8%로 가장 높았고, 과자(334.8%), 안주류(383.7%), 가공식품(376.1%), 비식품(183.2%) 등 순이었다.
행사에 대한 반응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CU 쓔퍼세일에 대한 검색량은 행사 기간 1만여건에 이를 정도였다. 신규 멤버십 회원도 쓔퍼세일을 지나오면서 한 달 만에 95.4% 증가했다.
이달에는 라면, 즉석밥, 간편식, 두부, 햄 등 생필품 위주로 행사를 진행했다. 김명수 BGF리테일 MD기획팀장은 “물가 인상이 계속되면서 알뜰소비가 편의점업계에서도 주요 트렌드가 됐다”며 “물가 안정을 돕기 위해 초특가 상품, 기획 상품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품된 새상품이나 제조 과정에서 작은 흠집이 있는 리퍼 상품도 인기다. 11번가는 지난달 리퍼 제품 전문관 ‘리퍼블리’를 오픈했다. 품질 검수와 사후관리를 위해 재고 전문몰 리씽크 등 리퍼 업체와 협업했다. 티몬도 지난해 11월 한시적으로 선보였던 ‘리퍼임박마켓’을 지난달 상시 운영 체제로 전환했다.
11번가, 티몬, 카카오 등과 협업해 재고와 리퍼 상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리씽크는 판매 채널을 늘리며 성장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톡 쇼핑하기’에서 리씽크의 1분기 매출은 전년도 동기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이커머스 기업의 대규모 할인 행사도 반응이 뜨거웠다. G마켓과 옥션에 따르면 지난 8~19일 G마켓·옥션이 진행한 상반기 최대 규모 행사인 ‘빅스마일데이’ 기간 2135만개의 상품이 팔렸다. 하루 평균 170만여개씩, 시간당 7만4000개씩 팔린 셈이다.
행사 기간 판매량을 일반 택배상자 크기(34㎝×25㎝×21㎝)로 비교해보면 높이로 441만m, 면적으로 178만5000㎡, 길이로 7140㎞에 이른다. 높이로는 에베레스트산 500개를 쌓는 수준이고, 면적으로는 축구장 350개를 채울 수 있는 규모다. 일렬로 늘어세웠을 때의 길이는 서울에서 부산을 9번 왕복하는 거리다.
G마켓과 옥션은 할인 폭을 키우고 중소 판매자 상품을 발굴해 가성비 소비 트렌드를 겨냥했다. 이택천 G마켓 영업본부 본부장은 “앞으로도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파트너와 중소 판매자에게는 동반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