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수출 경쟁력에서 우위를 갖는 상품의 수는 줄고, 열위에 놓인 상품의 수는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기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교역 상대국으로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무역 경쟁력 약화가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유망 첨단산업 분야에서 주력 수출 품목을 개발해 ‘수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최근 10년간(2013~2022년) 한국 교역 품목의 무역특화지수 변화를 분석해 21일 발표했다. 한국의 수출 상위 10대 품목 가운데 경쟁력이 약화한 품목은 7개였고, 강화한 품목은 3개였다.
무역특화지수는 특정 품목의 수출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수다. 지수가 음수면 수입해 쓰는 것이 더 유리한 품목(수입특화 품목)이고, 양수면 수출 경쟁력을 갖춘 품목(수출특화 품목)이다. 수가 0에서 마이너스 100으로 갈수록 수입특화 정도가 높고, 0에서 100으로 갈수록 수출특화 정도가 높다.
2013년 수입특화 품목은 전체 1216개 교역 품목 중 815개였다. 지난해엔 1221개 가운데 846개로 31개 증가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수출특화 품목은 같은 기간 401개에서 375개로 26개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이 같은 흐름엔 속도가 붙었다. 2020년 수입특화 품목은 전년 대비 19개 증가했다. 수출특화 품목은 18개 감소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수입특화 품목의 증가는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를 의미한다. 향후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 경쟁력 약화는 대중국 교역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2013년 대중교역에서 수입특화 품목은 전체 품목 중 66.2%였다. 지난해엔 이 비율이 77.5%로 늘었다. 같은 기간 수출특화 품목이 전체 대중교역 품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8%에서 22.5%로 10.0% 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상위 10대 품목 가운데 9개 품목에서 무역특화지수가 하락했다. 특히 기계와 자동차는 무역특화지수가 양수에서 음수로 바뀌었다. 대중 수출특화 품목에서 수입특화 품목으로 전환한 것이다. 대중국 비교우위가 강화한 품목은 정유‧화장품이 유일했다.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부족한 모습이다. 의약품, 항공기‧우주선, 터보제트(고속비행을 위한 항공기용 엔진), 반도체 제조용 기기 등은 글로벌 5대 수입국(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중국)의 상위 100대 수입품에 속한다. 하지만 이들 품목에서 한국의 무역특화지수는 모두 음수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수출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글로벌 수요가 큰 고부가가치 첨단 제품군을 주력 수출 품목으로 발굴해야 한다. 규제 완화, 연구‧개발 지원 확대 등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