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도난당하거나 분실된 휴대전화를 싸게 구입해 되파는 방식으로 차익을 챙긴 귀화 외국인이 구속됐다. 그가 살던 집의 냉장고, 전기밥솥 등에서는 7000만원 가까운 뭉칫돈이 발견됐다.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서울 지난 12일 종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도난·분실된 휴대전화를 상습으로 매입한 혐의로 파키스탄 출신 A씨(46)를 긴급체포해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약 8개월 동안 지하철에서 도난·분실된 휴대전화를 1대당 20만~100만원에 사들인 뒤 서울 시내 재래시장에서 베트남, 몽골, 스리랑카 등 외국인 장물업자들에게 되판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남긴 차익은 1대당 5만~7만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를 체포한 직후 주거지를 수색해 현금 6805만원과 장물 휴대전화 34대를 압수했다. 집안 곳곳에서 숨겨둔 범죄수익이 나왔다. 그는 전기밥솥 안에 현금 305만원, 냉장고 선반에 현금 2500만원, 천장 조명 위에 4000만원을 각각 숨겨뒀다. 또 주방 싱크대 밑에서는 휴대전화들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가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절도범·장물범과 공중전화나 대포폰을 통해서 연락했다. CCTV에 쉽게 찍히지 않는 주택가 건물 계단이나 차량 안에서 주로 거래를 했으며, 사용하던 대포폰도 한 달 주기로 바꾸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구속한 절도범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베일 뒤에 있던 A씨의 존재를 파악했다. 이후 A씨가 사용한 공중전화 위치와 CCTV 300여대를 분석하고, 그의 주거지 근처에서 닷새간 잠복한 끝에 A씨를 검거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