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룩 퍼팅’ 백석현, 투어 10년 56경기만에 생애 첫승

입력 2023-05-21 15:43 수정 2023-05-21 16:46
21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GC에서 끝난 KPGA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와이어투와이어로 생애 첫 승을 거둔 백석현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KPGA제공

‘투어 10년차’인 무명의 백석현(33)이 56경기 출전만에 감격의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

백석현은 21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GC(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메이저급 대회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 3개에 이글 1개와 버디 3개를 잡아 2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백석현은 캐나다 동포 이태훈(33)의 집요한 추격을 1타 차이로 뿌리치고 정상에 우뚝 섰다.

1라운드서 9언더파를 쳐 단독 선두에 오른 뒤 나흘간 한 차례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투와이로 첫 승을 장식한 백석현은 우승 상금 2억6000만원과 2027년까지 4년간 투어 카드까지 보너스로 챙겼다.

코리안투어 투어 데뷔 전에는 비회원 신분으로 총 7개 대회 출전했었다. 2014년 투어 데뷔한 이후로는 이번 대회가 49번째 출전이다. 역대 최고 성적은 작년 아시아드CC 부산오픈 공동 7위다.

아시안투어와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서 활동한데다 군복무, 그리고 더러 부진해 시드를 잃는 바람에 데뷔 년도에 비해 출전 대회수가 많지 않다. 2013년에는 아시안투어 상금 순위 9위에 올랐을 정도로 기대되는 선수였다.

작년 제네시스 포인틍 60위 턱걸이로 올 시즌 시드를 유지한 백석현이 국내 골프팬들의 주목을 받았던 것은 140㎏이나 나갔던 체중을 80㎏으로 감량한 상태서 KPGA코리안투어에 데뷔하면서다.

이번 대회 우승 원동력은 그동안 애를 먹었던 퍼팅이었다. 그는 이번 대회서 볼 대신 홀을 바라보는 이른바 ‘노룩 퍼팅’을 했다.

그는 2라운드를 마친 뒤 “아무 생각 없이 한번 해보자고 했는데 잘 됐다”면서 “4m 이내 퍼트는 모두 볼 대신 컵을 보고 쳤다”고 ‘노룩 퍼팅’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1타차 단독 선두로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백석현은 13번홀(파4)까지 5타를 줄이며 2위권과의 추격을 여유있게 따돌려 낙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14번과 17번홀(이상 파3)에서 보기를 범해 이태훈에 2타 차이로 쫓겼다. 그리고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워터 해저드에 빠진 것.

1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샷도 그린 오른쪽 벙커로 빠졌다. 네 번째샷을 핀 50cm에 붙여 천신만고 끝에 보기를 범했으나 이태훈이 파로 마지막홀을 마치면서 1타 차 신승을 거뒀다.

백석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행복하다. 가족들에게 감사하다. 멋있는 남편, 아들로 살겠다”고 우승 소감을 말하면서 울먹였다.

그는 이어 “4m 이상과 내리막 등 자신이 없는 라인을 제외하곤 노룩 퍼팅을 했다”면서 “마지막홀 보기 퍼팅을 할 때는 짧은 거리였지만 도저히 볼을 볼 수 없어 손만 보고 퍼팅을 했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통산 3승에 도전했던 이태훈은 1타가 모자라 2위로 대회를 마쳤다. 대회 2연패에 도전했던 디펜딩 챔피언 김비오(32·호반건설)은 마지막날 5타를 줄이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으나 이태희(39·OK금융그룹), 국가대표 송민혁(19)과 함께 공동 3위(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로 대회를 마쳤다.

이번 대회 공동집행위원장 겸 선수로 출전한 ‘탱크’ 최경주(53·SK텔레콤)는 이븐파를 쳐 공동 19위(최종합계 5언더파 279타)의 성적표를 받아 쥐었다.

서귀포=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