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무트, 마음속에 남아” 젤렌스키 함락 인정…푸틴은 축하

입력 2023-05-21 15:35 수정 2023-05-21 15:42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0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 게재한 영상 속 바그너 용병들이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의 파괴된 건물 위에서 러시아 국기와 바그너 그룹 깃발을 흔들고 있다. 프리고진은 이날 10개월간 격전을 벌여온 바흐무트를 완전히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동부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가 러시아에 초토화됐다며 함락을 사실상 인정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마지막 날 일정에 참석해 “바흐무트가 파괴됐고,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다”며 “오늘은 일단 바흐무트가 우리 마음속에 남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바흐무트가 현재 우크라이나 수중에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전날 러시아가 바흐쿠트 점령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과 관련, 우크라이나도 사실상 함락을 인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미국의 지원에 감사하며, 전장에서 보다 강력한 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훈련을 제공해주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한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앞서 러시아는 이날 바흐무트를 완전히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바그너(와그너) 그룹의 공격 작전과 러시아군의 포병 및 항공 지원으로 아르툐몹스크(바흐무트) 해방을 완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의 이 같은 발표는 전날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점령 주장을 확인한 것이다. 프리고진은 전날 텔레그램 영상을 통해 바그너 그룹이 도시의 모든 건물을 장악했으며, 앞으로 5일 안에 바그너 그룹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이곳에서 철수하고 러시아 정규군에게 지역을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크렘린궁도 성명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 돌격대와 러시아군이 해방 작전을 완수한 것을 축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도시 바흐무트는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최장 기간 전투가 벌어진 지역이다. 러시아가 도네츠크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비얀스크로 진격하는 길목이기도 하다.

양측은 막대한 양의 포탄을 쏟아붓고 수많은 인명 손실을 초래하면서 10개월 넘게 피비린내 나는 소모전을 벌여왔다. 1차 세계대전을 떠올리게 하는 참호전이 수개월간 지속됐고, 인구 8만명이었던 도시는 완전히 쑥대밭이 됐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