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내 중도파와 매파를 가리지 않고 금리 인하는커녕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할 정도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도무지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 “Fed조차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인플레이션의 최대 원인 중 하나가 자동차가격”이라고 보도했다.
자동차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부품 공급망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생산부족 현상을 겪으며 크게 상승했다. 팬데믹 보조금을 받아 풍부한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가 넘쳐나는데 비해 신차 공급량은 턱없이 모자르자, 중고차 가격까지 급격히 올랐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올해부터 자동차 생산이 많아지면 쉽게 정상화될 것이라 예측했다. 1980년대 GM·포드·크라이슬러 파업사태로 벌어진 자동차가격 인플레 당시도 파업이 끝난뒤 쉽게 해결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동차시장이 전혀 정상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되레 신차가격은 팬데믹 기간보다 더 오르고, 지난해말 다소 진정됐던 중고차 가격도 4월부터 급등하는 추세다.
이유는 미국 뿐 아니라 한국 독일 일본 등지의 자동차기업들이 싸고 저렴한 자동차보다 값비싼 럭셔리 모델 생산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대중모델을 대량생산·대량판매하는 것보다 럭셔리모델을 소량생산해 딜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 등을 통해 직접 판매하는 게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같은 수익구조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시장의 전통적 구조인 ‘제조사→중간 딜러→소비자’구조가 깨지자, 미국 전역의 딜러사들은 상시 부족 상태인 신차보다는 중고차를 팔아 수익을 창출하는데 열을 올린다.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으니 소비자들은 아우성이다. 자신이 구매할 수 있는 대중모델을 사려는데 신차는 없으니 중고차로 눈길을 돌린다. 중고차 가격이 다시 급등하는 이유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신차 가격은 팬데믹 이전인 2018년보다 2022년 17% 가량 올랐다 최근 들어 7%정도 떨어졌다. 중고차 가격은 2018년보다 무려 40% 이상 올랐다가 지난해말 0%로 정상화됐다 지난 4월부터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 자산관리회사인 T 로우 프라이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블레리나 우리치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가격은 지난 몇년간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20세기말처럼 자동차기업들이 무한 경쟁하면서 차값을 내리던 시절이 다시 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NYT는 우리치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인용해 “물가 상승이 결코 스무스하게 해결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면서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으며 이 중 하나가 자동차시장”이라고 전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Fed가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통해 쉽고 간단하게 진압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는 의미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