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거한 ‘알카에다 수뇌부’는 벽돌공?…“조사중”

입력 2023-05-21 14:35 수정 2023-05-21 15:44
미스토의 가족이 그의 무덤 옆에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이달 초 미군이 시리아에서 제거했다고 발표한 테러조직 알카에다 고위 인사가 실제로 테러조직과 무관한 민간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지난 3일 미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시리아 북서부 마을 주민인 로트피 하산 미스토는 전직 벽돌공으로, 테러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인물이었다. 56살인 미스토는 전직 벽돌공으로 10명의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스토의 친척과 지인들은 미스토가 평생을 가난하게 보낸 친절하고 근면한 인물이었으며, 드론 공격을 받을 당시 양떼를 돌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미군 중부사령부는 성명에서 “시리아 북서부에서 알카에다 고위 지도자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표적으로 삼은 인물의 이름이나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당시 시리아 북서부의 지역 민방위 단체는 폭발음이 들린 후 출동했으며 현장에서 양을 돌보고 있던 미스토와 동물 3마리가 드론 공격으로 죽은 것을 발견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현재 미 국방부 내에서도 누가 사살됐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당국자는 “우리는 더 이상 알카에다 고위 인사를 사살했다고 확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당국자는 “원래 목표물을 사살하지는 못했지만 (사살된) 사람이 알카에다인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마이클 로혼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18일 성명을 내고 “이 같은 모든 주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드론 공격이 “의도치 않게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줬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해 공습 과정에서 무고한 희생자들이 발생한 과거 사례들을 군이 은폐해왔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던 미군의 오폭으로 어린이 7명을 포함해 민간인 10명이 숨지기도 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