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서 벌점 받은 뒤 회사 분할… 대법 “벌점도 승계”

입력 2023-05-21 14:08

회사를 분할하기 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벌점은 사업을 이어받은 회사가 승계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화시스템이 공정위를 상대로 “영업정지·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공정위는 2019년 8월 누적 벌점이 10점을 넘었다는 이유로 한화시스템의 영업을 정지하고 공공사업 입찰 참가를 제한해달라고 관련 행정기관에 요청했다. 공정위 처분의 근거는 한화시스템이 흡수합병한 한화S&C에 2014년 11월~2017년 7월 부과된 벌점 11.75점이었다. 옛 한화S&C는 2017년 10월 존속법인 에이치솔루션과 분할신설법인 한화S&C로 분사됐는데, 한화시스템은 2018년 8월 한화S&C를 흡수합병했다.

한화시스템은 공정위가 옛 한화S&C에 부과한 벌점을 자사에 승계해 영업정지 등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원심인 서울고법은 한화시스템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옛 한화S&C와 분할 신설회사인 한화S&C의 법인격이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며 “옛 한화S&C가 하도급 대금 지연 이자를 미지급하는 등 법 위반 행위를 해 시정조치를 받았다는 사실관계를 한화시스템이 이어받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정위가 벌점을 부과한 옛 한화S&C 사업 부문이 결과적으로는 한화시스템에 흡수된 점 등을 들어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회사를 분할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정위가 해당 사업 부문을 승계한 분할 신설회사에 대해 후속 처분을 할 수 없다면 회사분할을 통해 기존에 부과받은 벌점 등을 무력화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