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도서 사업 개편한다… 문체부 “도서 선정·심사위원 구성 불투명”

입력 2023-05-21 12:49

문화체육관광부가 ‘세종도서 사업’이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세종도서 선정‧구입 지원사업을 자체 점검한 결과, 사업의 핵심인 심사·평가·선정, 심사위원 구성·관리에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부실·방만한 운영체계·실태를 확인했다”며 “드러난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사업 취지에 맞도록 정책 전환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라고 21일 밝혔다.

세종도서 사업은 연간 84억원의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출판 분야의 가장 큰 지원사업으로 ‘양서출판 의욕 진작 및 국민의 독서문화 향상 도모’를 목적으로 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사업을 맡아 매년 교양부문 550종, 학술부문 400종의 도서를 세종도서로 선정하고, 선정 도서를 종당 800만원 이내로 구입해 전국 도서관에 공급한다. 작년 교양부문은 8698종이 응모해 15.8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문체부는 자체 점검 결과, 세종도서 선정이 배점표와 채점표도 없이 진행되는 등 사실상 개별 심사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고 밝혔다. ‘기획의 독창성’ ‘내용의 충실성’ ‘물성의 예술성’ 등을 평가항목으로 정하고 있으나 그 기준이 모호하고, 항목별 배점표가 없었으며, 심사대상 도서에 대한 심사위원별 채점표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종도서 심사위원들은 그동안 선정 도서에 대한 도서평·총평만 공동으로 작성했다. 이 때문에 세종도서 사업에 탈락한 출판사들은 심사 기준과 선정 사유를 공개할 것을 요구해 왔다.

문체부는 심사위원 구성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심사위원은 지난해 기준 교양 부문 183명(69개 분과), 학술 부문 69명(28개 분과)으로 구성됐다. 운영 지침에서는 심사위원 자격 기준으로 ‘강사 이상으로 교육 경력 2년 이상’ ‘신문, 잡지 등에 서평 기고 또는 연재한 경험이 풍부한 자’ ‘'학술 및 교양 부문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문체부 자체 점검에서 진흥원이 심사위원 자격 요건을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근무경력, 기고·연재 경력 등 자료를 받지 않았고, 실제 자격요건을 충족하는지 검증하는 절차도 부재했다는 것이다. 심사위원 후보자 풀은 유관단체 추천으로 구성되는데, 특정 단체의 추천인이 심사위원 구성에 과도하게 반영되는 문제점도 발견됐다고 문체부는 덧붙였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세종도서라는 이름은 독서문화시장에 ‘양서’라는 평판을 확보해 준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가 그 출발점이다. 그동안 출판진흥원이 이를 소홀히 한 것은 치명적이며, 리더십의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것으로 사업의 구조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