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 남자대표팀 최고 랭커 임종훈(26·세계랭킹 11위)이 백전노장을 상대로 세계선수권대회 첫 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임종훈은 21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해안도시 더반의 인터내셔널컨벤션센터(DICC)에서 열린 2023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1회전(128강)에서 로버트 가르도스(45위·오스트리아)를 4대 1(11-4 8-11 11-7 11-7 11-5)로 꺾었다. 임종훈은 “1회전 상대라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굉장히 까다롭고 어려운 상대였다”면서도 “게임이 잘 풀려서 이길 수 있었다. 기분 좋다”고 말했다.
첫 경기부터 까다로운 상대였다. 로버트 가르도스는 1979년생으로 이번 대회 남자 선수 최고령이다. 임종훈은 지난해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스타컨텐더 유러피언 서머시리즈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그를 만나 3대 2(1-11 11-9 9-11 11-8 16-14) 접전 끝에 가까스로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1게임은 손쉽게 이겼다. 5-3 상황에서 5점을 연속을 내 게임포인트를 선점했고 한 점을 내준 뒤 바로 게임을 가져왔다.
하지만 2게임 노장에 반격을 당했다. 3-3 상황에서 상대가 3점을 달아나자 임종훈이 따라붙어 6-6이 됐다. 하지만 범실 등으로 다시 4점을 내준 뒤에는 두 번의 추격은 없었다. 경기가 안 풀리자 임종훈은 탁구대 면을 만지며 안 풀린다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임종훈은 전열을 가다듬고 3게임을 가져오며 다시 리드를 잡았고, 뒷심을 발휘하며 승리를 마무리 지었다. 임종훈은 4게임 7-7, 5게임 5-5 접전을 펼쳤지만, 각각 4점, 6점을 연속 득점하는 괴력을 선보였다.
경기 후 임종훈은 “상대 선수는 나이도 많지만 (득점) 시스템이 워낙 많고, 서브가 다양해서 시합 전에 생각을 많이 하고 들어가야 한다”며 “작년 부다페스트에서도 주도권을 뺏기고 들어가 그 부분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2세트 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범실 나는 부분에 대해서 캐치를 못 했다”며 “(주세혁) 감독님께서 ‘자세가 좀 높다. 낮춰서 공 처리하면 될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게 잘 되면서 게임이 수월하게 흘러갔다”고 설명했다.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단식 최고 성적인 16강에 올랐던 임종훈은 이번 대회에서 더 올라가길 바라고 있다. 그는 “사실 시합 때는 워낙 강한 선수들도 많고 ‘아, (경기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여태까지 연습한 게 억울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서 금메달을 목표로 한다. 한 게임 한 게임 다 이겨내서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더반=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