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탁구 에이스 신유빈(19·26위)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2년 전 부상 기권의 아픔을 완전히 떨쳐냈다. 지난 대회 대표팀 단식에서 최고 성적을 거둔 베테랑 서효원(36·45위)도 1차전에서 재역전승을 거두며 산뜻하게 출발했고, 이시온은 한국의 세계선수권 첫 주자로 승리를 거뒀다.
신유빈은 20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더반인터내셔널컨벤션센터(DICC)에서 열리는 2023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파이널스 여자단식 1회전(128강)에서 장모(63위·캐나다)를 4대 1(11-5 10-12 11-9 13-11 11-2)로 꺾고 2회전에 진출했다.
신유빈은 2년 전 미국 휴스턴대회에서 생애 첫 세계선수권에 진출했지만, 손목 피로골절 부상으로 대회 도중 기원했다. 이후 두 번의 수술, 긴 재활을 거쳤다. 난관을 딛고 올라선 신유빈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단식, 여자복식, 혼합복식 3종목에 모두 출전해 메달을 노린다.
신유빈은 이날 중국계 선수인 장모를 1게임 11-5로 크게 압도했다. 게임 초반 1-2로 뒤지던 상황에서 신유빈은 5점을 연달아 내면서 6-2 리드를 잡았다. 3점을 내주며 1점 차까지 추격을 당했지만 이후 또 한 번 5점을 연속으로 내며 첫 게임을 승리했다.
2게임은 접전이었다. 4-4에서 신유빈이 3점 달아나자 장모가 3점을 따라붙었다. 1점을 주고 받은 뒤 장모가 2연속 득점을 내며 게임포인트에 들어서자, 신유빈이 2점을 따라붙으며 듀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뒷심 부족으로 결국 게임을 내줬다.
3게임은 7-3으로 앞서가다 4점을 연속 실점하며 7-7이 됐지만, 다시 달아나며 2점을 달아난 뒤로 리드를 허용하지 않았다. 4게임은 신유빈이 앞서가면 장모가 따라붙는 모양새로 진행됐다. 추격이 끈질겼지만 두 번의 듀스 끝에 신유빈이 결국 게임을 가져왔다.
승리까지 단 1게임만 남겨둔 상황에서 상대가 자멸했다. 먼저 3점을 낸 신유빈은 1점을 내준 뒤 6연속 득점으로 사실상 승리를 확정했다. 장모는 신유빈의 공격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고 아웃되는 경우가 잦았다. 신유빈은 네트로 1실점을 했지만 다시 2점을 추가하며 무리 없이 승리를 거뒀다.
신유빈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재작년 휴스턴 세계선수권 했을 때는 부상 때문에 힘든 경기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첫 게임 승리로 이을 수 있어서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4세트 크게 앞서다 추격을 당하던 상황에 대해서는 “그 세트가 굉장히 중요한 세트였기 때문에 꼭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코치 선생님과 같이 상의해서 하면 더 좋은 작전이 나오기 때문에 중요하다 생각해서 타임을 썼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이날 오후 임종훈과 함께 나이지리아의 오피옹 에뎀-보데 아비오던 조와 혼합복식 첫 경기를 치른다. 신유빈과 임종훈은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WTT 스타 컨텐더 혼합복식에서 은메달을 합작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유빈은 “세계선수권에서 혼합복식을 뛸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큼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베테랑 서효원도 여자단식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서효원은 이날 다카하시 브루나(37위·브라질)와의 여자단식 1회전에서 4대 2(11-3 6-11 8-11 11-8 11-2 11-9)로 승리했다.
지난 대회에서 여자 단식 8강에 오르며 한국 대표팀 남녀 단식 최고 기록을 썼던 서효원은 이날 1게임을 11-3으로 가져오며 손쉽게 승리를 거두는 듯했다. 하지만 2~3게임을 연달아 큰 점수차로 내줘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전열을 가다듬으며 재역전에 나섰다. 4게임 0-2 상황에서 연이어 5점을 내며 반격에 나섰고, 이후 단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5게임은 시작부터 6연속 득점으로 앞서갔고, 1실점 후 4연속 득점으로 게임포인트에 올랐고 이변없이 재역전에 성공했다. 6게임에서는 엎치락뒤치락하며 9-9가 됐고 서효원이 2점을 내며 승리했다.
서효원은 “상대가 랭킹도 높고 어려운 선수인데 이전에 이겼던 경험이 있어서 자신 있게 해서 이긴 것 같다”며 “상대 실력이 많이 올라와서 어렵게 갔던 것 같지만 서로 좋은 경기 했다”고 말했다. 서효원은 다카하시 브루나에 2018년과 2019년에 모두 승리를 거둔 바 있다.
2~3게임에서 역전을 당한 것과 관련해서는 “상대가 백 쪽에서 강한 선수인데 제가 자꾸 습관적으로 백으로 받아서 역공을 당했던 것 같다”며 “그래서 포핸드 쪽으로 많이 몰았고, 상대가 잘 치는 볼을 제가 한두 개 수비하고 그 다음에 반격하면서 흐름이 온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지난 대회 8강인 서효원은 이번 대회 목표도 8강으로 잡았다. 그는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하고 8강까지 가는 게 목표”라며 “열심히 준비해서 목표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시온(27·49위)은 2023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첫 주자로 나서 승리를 거뒀다. 이시온은 여자단식 1회전(128강)에서 포르투갈 지에니 샤오(46위·포르투갈)를 4대 0(11-9 17-15 11-9 11-5)으로 완파했다.
이시온은 중국계 선수인 지에니 샤오를 만나 경기 초반 접전을 펼치다 후반 들어 멀찍이 달아났다. 1게임을 11-9로 가져온 이시온은 2게임도 6-3까지 벌렸다. 하지만 상대의 강한 공격에 고전하며 6-8로 역전당했다.
이후 상대의 공격이 테이블을 넘어가고, 네트가 나오면서 8-8 동점이 됐고 한 점 차 싸움이 시작됐다. 10-9로 게임포인트에 먼저 닿았으나 이후 역전과 재역전이 이어지며 15-15까지 듀스 접전을 치렀다. 상대의 강한 공격을 안정적으로 수비한 이시온은 긴 랠리 끝에 상대 공격이 아웃 되며 게임포인트에 다다랐고, 강한 드라이브가 상대 수비를 맞고 바로 튀어나가면서 2게임도 승리했다.
3게임은 6-8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4연속 득점으로 먼저 게임포인트에 다다랐고, 1점을 내준 뒤 득점하며 게임을 가져왔다. 4게임도 일찌감치 앞서가며 이변없이 승리했다.
이시온은 경기 후 “첫 타임이어서 부담스러웠지만 승리로 가져올 수 있어서 기분이 매우 좋다”며 “(듀스가 길어졌던) 두 번째 세트를 이겨서 좀 쉽게 가져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시온의 다음 상대는 첸신통(5위·중국)과 사라 드 뉘트(71위·룩셈부르크) 대결의 승자다. 세계랭킹 5위의 강자 첸신통과의 맞대결 가능성이 크다. 쉽지 않은 상대지만 이시온은 선전을 다짐했다. 그는 “중국의 잘하는 선수와 할 가능성이 큰데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남자단식 안재현(24·40위)은 세계선수권 2개 대회 연속 1회전 고배를 마셨다. 안재현은 이날 남자단식 1회전(128강)에서 루보미르 피체(92위·슬로바키아)에 1대 4(12-10 10-12 8-11 9-11 9-11)로 역전패했다. 2021년 미국 휴스턴 대회에서 미국 에이스 카낙 자하에 3대 4으로 1회전 탈락한 데 이어 2연속 세계선수권 1회전 탈락이다.
안재현은 첫 게임을 1-5로 끌려갔지만 강약 조절로 상대 실수를 유도하는 등 7-7 동점을 만들었다. 한점 차 싸움을 벌이던 안재현은 10-10 듀스 상황에서 먼저 게임포인트에 도달했고 랠리 중 상대 공격이 네트에 걸리며 1게임을 가져갔다.
하지만 네 게임을 내리 내주며 역전패했다. 2게임도 1-4로 뒤졌던 안재현은 한점씩 따라붙으며 7-7 동점이 됐고 10-9 마침내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수비 실패로 듀스가 됐고, 막판 두 번의 공격이 모두 아웃됐다.
3~4게임도 후반이 아쉬웠다. 8-7로 앞서던 안재현은 서브 상황에서 폴트로 8-9 역전 당했고, 네트와 수비 실패 등으로 그대로 게임을 내줬다. 4게임 게임포인트를 내준 9-10 상황에서 공격이 아웃됐다.
핀치에 몰린 안재현은 전열을 다듬어 5게임 초반 6-3으로 앞섰지만, 추격을 허용하며 7-9 역전을 당했다. 상대 공격이 네트에 걸리고, 강한 공격이 상대쪽 모서리에 맞고 튕기면서 9-9가 됐지만 다시 2점을 내주며 결국 패했다.
안재현은 “최근 경기력이 많이 안 좋았다”며 “잘해보려 했지만 허리 부상도 있어 준비를 못 하다 보니 플레이에 자신이 없어서 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감이 없다 보니까 상대는 그걸 노리고 들어오는 것 같다. 그래서 비슷한 스코어에서 넘기기가 어려운 것 같다”며 “일단 부상 치료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반=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