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통령 “푸틴과 특별한 관계…제재 동참 안해”

입력 2023-05-20 14:32
튀르키예 대선과 총선이 치러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스탄불에서 투표하고 있다. 2003년 이후 20년 넘게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최장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게 된다. AP연합뉴스

대선 결선 투표를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며 서방이 주도하는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CNN 방송이 19일(현지시간) 공개한 인터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서방이 한 것처럼 러시아에 제재를 가할 상황이 아니며 서방 제재에 얽매이지도 않는다”며 “우리는 강한 국가이고 러시아와 긍정적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와 튀르키예는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터뷰는 튀르키예 대선 결선투표를 약 1주일 앞두고 공개됐다. 지난 14일 실시된 튀르키예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49.5%를 득표해 44.9%를 득표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다. 최종 승자는 오는 28일 결선투표에서 가려진다.

에도르안 대통령은 2위인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러시아·서방과의 관계 설정 등 외교 노선 전반에서 대조적인 입장을 보인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수년간 긴장 상태였던 대서방 외교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튀르키예와 러시아의 관계를 에르도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개인 중심의 관계가 아니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그는 러시아가 튀르키예 선거에 개입하고 있으며 이는 양국 관계를 파탄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끈끈히 해온 에르도안 대통령은 서방도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서방은 그다지 균형 잡힌 접근을 하고 있지 않다”며 “러시아 같은 나라에는 균형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그랬다면 훨씬 다행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튀르키예를 러시아로부터 분리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CNN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스트롱맨(strongman·독재자)’라고 표현하며 그가 지난해 러시아와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핵심적인 중재자로 떠올랐다고 짚었다. 그가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방식은 ‘친우크라이나적 중립’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곡물의 해상 수출길을 열어 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막은 흑해곡물협정 연장도 에도르안 대통령의 중재로 성사됐다. CNN은 러시아와 튀르키예의 무역 규모가 연간 62억 달러(약 8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사이의 포로 교환을 지원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 역시 이어가고 있다. 완전히 우크라이나 편에 선 서방 입장에서는 불만인 대목이다.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도 서방과의 갈등 지점이다. 나토군 내 2대 군사력을 보유한 튀르키예는 자신들이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스웨덴이 옹호한다며 나토 가입을 막고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