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간 주식거래 ‘먹통’ 배상액은… “고점 기준은 아냐”

입력 2023-05-20 11:29
한국투자증권 전경

증권사의 전산 장애로 투자자가 손해를 봤더라도 당일 ‘고점’을 기준으로 배상할 필요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고점일 때 주문을 시도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홍은기 판사는 지난 1일 투자자 A씨가 한국투자증권(한투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8월 8일 한투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은 전원 공급이 불안정한 문제로 접속이 중단됐다. 접속 장애는 오후 4시부터 이튿날 오전 7시까지 15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에 시간 외 거래나 해외주식 거래를 하는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한투증권 측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산상 피해를 신속히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사는 내부 보상 기준에 따라 전산장애 기간 중 실제 체결된 거래량을 반영해 평균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보상액을 결정했다. 한투증권은 A씨에게도 1600만원의 보상금을 제시했다.

하지만 A씨는 이를 거부하고 5228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전산장애 도중 최고지수였던 나스닥100과 코스피200 선물 기준으로 매도했을 경우 더 많은 금액을 얻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투증권 측은 “전산장애가 없었더라도 원고가 그 시간대 최고지수에서 매도 주문을 했다는 자료가 없고,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가격으로 매도계약이 체결됐을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사실상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주장하는 시점에 매도 의사가 있었고, 지수가 체결 가능한 수치였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지만 주문을 시도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실시간으로 수많은 거래가 이뤄지는 주식거래에서 체결 가능성을 고려하면 피고의 보상 기준은 합리성이 부족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