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도 투자한 日… ‘잃어버린 30년’ 고점 되찾나

입력 2023-05-20 09:01 수정 2023-05-20 09:15
일본 도쿄 시민이 지난 17일 증권사 외벽 전광판에 3만 선을 탈환한 니케이지수를 지켜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니케이지수가 ‘거품경제’ 붕괴 무렵인 1990년 8월 이후 3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버블’ 이후의 침체를 모두 되돌렸고, 지난 세기부터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려왔던 장기불황의 정점을 찾아가고 있다.

니케이지수는 19일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전 거래일 종가보다 0.77%(234.42포인트) 오른 3만808.35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3만1000선 목전인 3만924.57까지 올라갔다. 그렇게 7거래일 연속으로 상승 마감했다. 상승률은 이번 주에만 4.8%, 올해 들어 18%에 이른다.

앞서 니케이지수는 지난 17일 마감 종가로 3만 선(3만93.59)을 돌파했다. 2021년 9월 28일 이후 20개월 만의 일이다. 20개월 전은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됐던 시기로, 미국에서 기술·성장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021년 11월 1만6212.23에서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들어갔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그 이듬해인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려 긴축 속도를 높였다. 이로 인해 세계 경기가 뒷걸음질을 쳤다. 다만 일본은행은 연준, 한국은행, 유럽중앙은행(ECB) 같은 주요 경제권 중앙은행처럼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지 않았다.

세계 경기가 둔화됐지만 일본 증권시장은 ‘코로나 버블’의 침체를 모두 되돌리고 상승장을 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니케이지수의 고점은 2021년 9월 14일에 도달한 3만795.78이다. 이날 ‘코로나 버블’ 무렵의 고점을 뚫고 올라갔다.

니케이지수의 사상 최고가는 ‘거품경제’의 정점에 이르렀던 1989년 12월 29일 장중 도달한 3만8957.44, 마감 종가 기준으로는 당일 기록한 3만8915.87이다. 일본 증시는 이후 33년 4개월 넘게 수복하지 못한 사상 최고가를 다시 넘보고 있다.

일본 기업의 호실적, 엔저에 따른 외국 자본 유입이 니케이지수의 강세를 이끈 원인으로 꼽힌다. 니케이지수를 산출하는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증시가 탄탄한 기업 실적과 자본 효율성 개선 기대 같은 독자적 호재가 많다”고 평가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개최한 주주총회를 찾아온 팻 이건 시즈캔디 최고경영자(CEO)와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일본 증시의 외자 유입도 주목할 대목이다. ‘가치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일본 투자가 대표적이다. 버핏 회장은 지난달 일본을 찾아 종합상사 투자 의사를 밝혔다.

버핏 회장의 이런 투자 계획은 세계 반도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대만 TSMC 주식을 불과 한 분기 만에 대거 매도한 ‘단타’와 비교돼 눈길을 끌었다. 버핏 회장은 지난 6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진행한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대만보다 일본에 배치한 자본에서 더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