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실망했어요” 고개 숙인 ‘딜라이트’ 유환중

입력 2023-05-20 00:28 수정 2023-05-20 00:39
라이엇 게임즈 제공

젠지 ‘딜라이트’ 유환중이 국제 대회 조기 탈락 책임을 자신 앞으로 돌렸다.

젠지는 1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코퍼 박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3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브래킷 스테이지 하위 브래킷 3라운드 경기에서 BLG에 0대 3으로 완패했다. 이로써 젠지는 완전히 대회에서 탈락, 조기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의 챔피언이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경기 결과도, 내용도 이견의 여지가 없는 완패였다. 유환중과 ‘페이즈’ 김수환의 바텀 듀오도 시리즈 내내 번뜩이는 플레이를 만들지 못하고 도리어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직후 기자실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유환중은 침울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대회 기간 내내 내 플레이가 마음에 든 적이 없다. 나 자신이 실망스럽고, 기분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대회 초부터 제기됐던 소통 문제가 끝내 발목을 잡았다. 유환중은 최근 들어 괜찮아지는 듯했는데, 연습 과정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소통이 되거나 안 되거나 해서 문제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대가 턴을 여유 있게 쓰는 걸 허용한 것도 패인이라고 덧붙였다.

젠지는 1세트 초반 바텀 다이브를 당해 상대방에게 기세를 내줬다. 유환중은 자신이 상대 정글러에게 라칸의 스킬 ‘화려한 등장(W)’을 맞히지 못했던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내가 스킬을 맞혔다면 킬 교환이 나왔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좋지 않은 상황이 나왔다”며 말끝을 흐렸다.

3세트 때 상대의 블리츠크랭크 픽을 예상했음에도 잘 대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환중은 “팀 내부적으로 쓰레쉬를 하기로 했다. 블리츠크랭크가 나올 걸 알고 있었다”면서 “상대의 사이온을 이용한 초반 인베이드 때문에 라인전을 강하게 플레이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젠지의 완패는 예상 밖이다. 많은 이들이 양 팀의 접전을 점쳤다. 유환중은 “지금까지 살아남은 팀들은 전부 실력이 좋다고 생각했다. 누가 이길 거라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철저히 준비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그는 젠지가 바텀 티어 정리를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스프링 시즌 말미와 비슷해 보이는 메타지만, 선수들로선 탑의 탱커 대 탱커 구도, 룰루의 티어 상승 등 때문에 밴픽 노트를 완전히 새로 써야 했다.

유환중은 밴픽 티어 정리와 함께 자신의 부진이 젠지의 조기 탈락으로 이어졌다며 인터뷰 내내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오늘 꼭 이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경기장에 왔다. 후회 없이 경기를 치르고 싶었는데 후회가 많이 남는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사람 유환중으로서는 한층 더 성장했다”면서 “한국으로 돌아가 서머 시즌을 열심히 준비하겠다. 다시 한번 국제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다. 서머 시즌엔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런던=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