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성적 ‘입맞춤’…“4500년 전부터, 여러 문명서”

입력 2023-05-20 00:02
성행위 중 입맞춤하는 남녀를 묘사한 바빌론 점토판. 대영박물관 제공, 연합뉴스

남녀 간의 성행위적인 입맞춤이 이미 4500년 전 메토포타미아 문명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었다는 새로운 분석이 나왔다. 3500년 전 입맞춤에 관한 기록을 최초로 봤던 기존 학계 연구보다 1000년이 앞당겨진 것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아시리아학 조교수 트로엘스 아르뵐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중동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사람들이 점토판에 설형문자로 새긴 고대 기록물을 분석해 얻은 결론을 18일(현지시간) 미국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실었다.

기존 학계의 가설은 기원전 1500년 경 남아시아(인도)의 기록물을 근거로 남녀 간의 입맞춤이 당시 그 지역에서 시작해 다른 지역으로도 퍼졌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이 기록이 인류의 성행위적 입맞춤 관련 가장 오래된 증거로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아르뵐 박사 연구팀은 이보다 1000년도 더 전인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의 기록물을 근거로 기존의 가설을 반박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성행위적인 입맞춤을 표현한 점토판을 수천개 남겼다. 이들이 수메르어나 아카드어로 기록한 초기 문헌에는 가족과 친지 간 친밀감의 의미로 입맞춤하는 모습도 담겼지만, 분명하게 남녀 간 성행위의 일부로 입맞춤을 묘사한 부분도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인류가 기원전 1500년 전이 아닌 기원전 2500년 전부터 성행위로서 입맞춤을 해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이 같은 행위가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 게 아니라 비슷한 시기 여러 고대 문명에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아르뵐 박사는 “입맞춤은 특정 지역에서 시작돼 다른 곳으로 확산한 관습으로 간주해서는 안 되며, 수천 년에 걸쳐 여러 고대 문명에서 있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한 남녀 간 입맞춤으로 인해 HSV-1와 같은 특정 바이러스 확산이 촉발됐다는 기존 가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들은 메소포타미아 의료 기록물 중 일부에 언급된 ‘부샤누’(Bu’shanu)라는 질환에서 입과 주변에 물집이 잡히는 증상이 HSV-1 바이러스와 유사하다고 지적하면서 “고대 사회에서 입맞춤이 성행했다면 이를 통한 병원균 전파는 거의 항상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고대 유전자와 유물, 의료 기록물 등은 입맞춤을 통해 전파되는 질환이 최근 연구에서 제시된 것보다도 더 오래되고 광범위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성행위적) 입맞춤이 동시대의 다른 문화로 확산되면서 질병 전파를 가속했을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고 풀이했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