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노벨문학상 작가의 고백 “챗GPT로 시상식 연설 써”

입력 2023-05-20 00:05
2012년 중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중국 작가 모옌.신화뉴시스

2012년 중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중국 작가 모옌이 최근 동료 작가인 위화에게 상을 수여하면서 챗GPT를 사용해 축하 연설문을 썼다고 고백해 관심을 받았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모옌은 지난 16일 저녁 상하이에서 열린 문학잡지 서우훠의 제65회 창간 기념식에서 위화 작가에게 도서상을 수여하는 시상자였다.

모옌은 상을 건네며 “이 상을 받는 이는 진정 뛰어나다. 그리고 물론 그는 나의 좋은 친구”라며 “그는 비범하며 나 역시 그래야만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며칠 전, 나는 전통에 따라 축하 연설문을 작성하려 했지만 아무것도 생각해내지 못했다”며 “그래서 나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 학생에게 챗GPT 사용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고 털어놨다.

모옌은 위화가 펴낸 책의 제목과 연관 키워드 몇 가지를 덧붙여 ‘연설문을 작성해달라’는 명령어를 챗GPT에 입력하니, 삽시간에 셰익스피어 수준의 글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소설은 모두 직접 쓴 것이며 글쓰기의 힘을 즐겨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수상자인 위화는 별도로 언급하진 않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글을 썼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을 놓고 중국 SNS에서는 활발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SCMP는 모옌이 인공지능 도움을 인정한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라면서 많은 누리꾼은 모옌이 창작 활동 지원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탐구한 열린 자세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SNS인 웨이보의 일부 이용자들은 “모옌과 그의 학생이 챗GPT를 사용하기 전에 변호사와 상담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중국에서는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모옌이 오픈AI의 서비스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오픈AI로부터 법적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부적절하거나 민감한 정보에 대한 접근 차단을 위해 현지에서 챗GPT 접속 시 필요한 가상사설망(VPN)의 사용을 금하고 있다. 모옌과 그의 학생이 VPN을 이용해 챗GPT에 접속했다면 그들은 벌금이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한편 모옌은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화하면서 널리 알려진 대표작 ‘붉은 수수밭’을 비롯해 ‘개구리’ ‘인생은 고달파’ 등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