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챌린지’에 보안 뚫렸다…현대차·기아, 2700억 보상

입력 2023-05-19 10:17
'기아 보이즈'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차량 위로 올라탄 모습(왼쪽)과 '기아 보이즈' 범행 수법을 설명하는 모습(오른쪽). 틱톡 캡처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미국에서 제기된 차량 도난사건 집단소송과 관련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에 합의했다.

현대차와 기아 미국법인은 18일(현지시간)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도난 방지 장치가 없는 차량 소유자들의 집단소송을 해결하기 위한 합의에 서명했다”며 이번 합의에 드는 총금액은 약 2억 달러(약 27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도난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보험으로 보상되지 않는 손해 등에 대해 현금으로 보상하기로 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 도난 방지를 위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일부 차량 소유주들에게는 다양한 도난 방지 장치 구매 시 최대 300달러(약 40만원)까지 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법원은 이번 합의안을 검토한 뒤 오는 7월쯤 예비 승인을 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이후 최종 승인이 이뤄지면 합의 조건에 따라 집단소송에 참여한 개별 당사자들에게 통지된다.

이번 집단소송 참가자 수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판매된 2011∼2022년형 모델 약 900만대가 절도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로 푸시 버튼 시동 장치와 내부에 도난 방지 장치가 장착되지 않은 ‘기본 트림’ 또는 보급형 모델이다.

절도 차량으로 추정되는 기아자동차를 이용해 곡예 운전을 벌이는 모습. 동영상 아래 '기아보이즈'가 적혀있다. 틱톡 캡처

현대차와 기아는 이들 차량이 미 당국이 요구하는 도난 방지 요건을 완벽하게 준수하고 있지만, 고객 차량의 보안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률 위반 사항은 없지만, 도의적으로 보상에 나선다는 뜻이다.

현대차 북미 지역 최고 법률책임자 제이슨 어브는 “도난 방지를 위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설치 및 스티어링 휠 잠금 장치 배포를 지속하고, 보험 가입 및 유지에 어려움을 겪은 고객에게는 AAA(미국자동차협회)를 통한 보험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틱톡에서 '기아 보이즈'를 검색한 화면. 차량을 훔치는 방법이나 훔친 차량으로 곡예 운전을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틱톡 캡처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는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현대차와 기아 차량을 표적으로 삼는 절도 범죄가 ‘기아 보이즈’라는 이름으로 놀이처럼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했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키 손잡이 등에 특수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은 것으로, 이 장치가 없는 현대차·기아 차량은 절도범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에 피해 차주들이 곳곳에서 “결함이 있는 차를 만들어 팔았다”며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2월 절도 피해 가능성이 있는 미국 내 차량 830만대에 대해 도난을 방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해당 차량을 대상으로 이를 실행해왔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재까지 해당 차량 대부분의 차주에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내용을 안내했으며, 이달 말까지 통보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2021년 11월 이후 생산된 모든 차량에는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기본적으로 장착됐다고 덧붙였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