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2세 딸, 개사료 먹다 사망…대법까지 간 부모

입력 2023-05-19 09:01 수정 2023-05-19 10:36
국민일보DB

두 살배기 딸에게 음식을 주지 않아 굶기고 상습 학대해 결국 숨지게 한 20대 친모와 계부가 징역 30년의 중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기소된 친모 A씨(22)와 계부 B씨(29)의 상고심에서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수강과 10년 간의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도 그대로 유지했다.

A씨와 B씨는 2021년 10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주거지인 울산 남구의 원룸에 생후 31개월(2세) 된 딸과 생후 17개월 된 아들을 방치하고 식사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채 방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부는 자녀 양육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이유로 잦은 외출과 외박을 했고, 친구를 만나 놀거나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길게는 25시간가량 아이들만 둔 채 집을 비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딸에게 전혀 밥을 차려주지 않았고, B씨는 하루에 한 끼 정도 라면 스프 국물에 밥을 말아주거나 우유를 가끔 줬는데 2022년 2월부터는 그나마 주던 음식도 주지 않았다.

결국 딸은 지난해 2월 영양실조·뇌출혈 등으로 숨졌다. 딸의 사망 당시 몸무게는 7㎏ 정도로 또래 아이들의 평균 몸무게(15㎏)의 절반에 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 당시 딸의 위장에는 당근 조각 1개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계부 B씨는 딸이 배고픔에 개 사료와 개 배설물을 먹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A씨에게 전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딸이 굶주림을 참지 못해 쓰레기 봉지를 뒤지자 아이의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부부는 아들에게도 상습적 방임으로 영양실조·발육장애를 앓게 하고, 신체적 학대를 한 혐의도 받는다.

1심은 지난해 7월 “피고인들은 매달 아동수당 35만원과 딸의 친부로부터 양육비 40만원씩을 받았음에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과 공포가 상상하기조차 어려워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 두 사람에게 징역 30년을 각 선고했다.

A씨는 살해 고의가 없었고, 사망을 예견할 수도 없었다며 항소했다. B씨는 피해 아동들 중 딸의 친부가 아니므로 아동복지법상 ‘보호자’의 신분이 없다며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가 딸이 생존한 기간 대부분 함께 살며 양육했고, A씨의 경우 자녀들에게 음식물을 제때 제공하지 않았을 때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별다른 오류가 없다고 보고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