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김민주(24)씨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공기관 인턴 채용에 합격했다. 기쁨도 잠시 첫 직장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그런 김씨를 위로해주는 건 ‘금융치료’다. 고대하던 첫 월급날, 그는 눈 여겨봤던 노트북을 구매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교통비와 점심값 등 매달 지출하는 고정비용을 제외하니 남는 돈이 얼마 없었다. 결국 첫 월급으로 노트북을 사겠단 꿈은 물거품이 됐다.
내 페이는 최저시급
인턴사원의 월급은 대부분 최저시급에 따른다. 온라인 구직 플랫폼 인디드(Indeed)에 따르면 2023년 3월 20일 기준 인턴사원의 평균 급여는 약 198만원이다. 올해 최저시급 9620원 적용 시 주 40시간 근무에 따른 월급은 201만580원이다. 최저임금에 대한 여론은 나뉜다.
작년 12월부터 대기업 인턴 재직 중인 A씨는 임금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식대 포함 세후 약 19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A씨는 “동일 계열사들은 시급 1만100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곳은 최저시급만큼만 지급한다. 직무 특성상 업무 시간 외에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고려하면 임금보다 업무 강도가 높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임금 수준에 상응하는 강도의 업무만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타 부서 정규직 사원이 갑작스레 이직하며 인턴 사원에게 정규직의 업무를 부여한 경우를 종종 목격했다. 그는 “인턴이 정규직 업무를 떠맡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임금이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기업이 인턴 월급을 지나치게 적게 준다고 말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소속 손연정 연구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업은 최소한의 인건비를 지급하고 싶어 한다. 인턴에 대한 임금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법적 제한을 받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저임금을 지급하려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최저시급에 수긍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6개월간 중견기업 현장 실습생으로 근무한 B씨는 주어진 업무 강도가 매우 낮아 수월하게 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다달이 적금도 들고 용돈 없이 생활할 정도의 여유는 됐다”며 삶에 큰 지장은 없다고 밝혔다.
외국계 기업 인턴 재직 중인 C씨는 “인턴으로서 회사 생활과 업무를 처음 배우는 시기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받는 상황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휴가비 지원 제도가 있어 올 여름 해외여행에 보탤 계획”이라며 임금 외 복지 정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씨 역시 회사의 정규직과 동일한 복지 수준은 임금 불만을 상쇄한다고 전했다. 재직 중인 공공기관은 자기계발·건강관리·여가활용·가정친화 목적으로 복지포인트를 제공한다. 김씨 의 경우 재직하는 6개월 동안 약 30만원의 포인트를 받는다. 그는 “때마침 안경이 필요했는데 복지 포인트 덕에 튼튼한 새 안경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금턴’인 이유
최근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금턴’이라는 신조어가 널리 사용된다. ‘금(金)’과 ‘인턴’의 합성어로, 인턴 기회가 금처럼 귀하다는 뜻이다.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채용전환형 인턴은 물론 체험형 단기 인턴직의 경쟁률도 치열하다. 최저시급 수준의 임금에도 불구하고 많은 청년들이 인턴직을 희망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취재원들의 답은 같았다. 그들은 “돈이 다는 아니다”고 답했다.
김씨는 “임금으로만 따지면 인턴 활동 전에 했던 학원 아르바이트 시급이 더 높았다. 그러나 아르바이트가 취업 전선에서 큰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자연스레 인턴이나 계약직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며 보수에 상관없이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는 차원에서 인턴직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C씨 역시 “돈보다는 경험을 얻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 말했다. 그는 “글로 보는 회사생활과 직접 책상에 앉아 경험하는 회사생활은 다르다. 산업군의 전반적인 업무 과정을 경험할 수 있어 좋다”며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인턴들은 실무를 통해 해당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음을 깨닫기도 한다. PR팀에 근무 중인 A씨는 “하고 싶었던 일이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적성에 맞지 않음을 느꼈다”고 전했다. 현업자의 조언을 얻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이점으로 꼽힌다.
실제 취업자 중 다수가 인턴 경험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2022년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직장인 4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턴사원으로 근무했던 경험이 취업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는가’란 질문에 83.6%가 ‘그렇다’고 답했다.
인턴은 본격적인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전 업무를 익히는 견습사원이다. 견습 과정을 통해 사회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인턴직은 취업 준비생에게 절박한 기회다. 그렇기에 돈의 액수가 그들의 우선적 고려사항은 아니다. 임금에 비례하는 업무 강도가 보장된다면 경험의 의의는 더 큰 가치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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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람 인턴기자
정고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