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파타야에서 20대 한국인 프로그래머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파타야 살인사건’의 주범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전지원)는 18일 살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39)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그대로 유지했다.
국내 폭력조직원이었던 김씨는 2015년 11월 태국 파타야에서 임모(당시 24세)씨를 공범 윤모(40)씨 등과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2018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임씨는 김씨가 태국에서 운영하던 불법 도박사이트의 프로그래머였다. 두 사람은 임씨가 불법 도박사이트의 회원 정보 등을 빼돌렸다고 의심해 상습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에 따르면 임씨가 불법 도박사이트의 사무실이자 숙소로 이용하던 태국 민부리 지역의 윤씨 집 주소를 지인에게 노출하자 김씨와 윤씨는 임씨를 데리고 태국 파타야로 이동했다. 두 사람은 이동하는 차량에서도 임씨를 계속 때렸고, 차량을 정차한 뒤 야구방망이 등 둔기로 임씨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후 시신이 실린 차량을 한 리조트 주차장에 방치한 혐의도 있다.
2심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둔기를 이용한 머리 폭행 등 일부 폭행행위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김씨는 적어도 윤씨와 한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예견했음에도 용인했다고 볼 수 있다”며 “범죄사실이 원심과 일부 달라진 점을 감안해도 원심의 양형 판단이 합리적 수준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형량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날 김씨는 노란색 명찰을 단 하늘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선 채 재판부의 선고를 들었다. 양형에 관한 재판부의 판단이 나오자 김씨는 크게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앞서 김씨는 최후변론에서 “단 한 번도 피해자를 구타하지 않았는데 한국 형사들이 살인으로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공범인 윤씨는 지난 3월 31일 1심에서 살인 등 혐의로 징역 14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앞서 윤씨는 범행 다음 날 태국 현지 경찰에 자수해 현지 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2021년 사면된 윤씨는 국내로 강제송환된 뒤 국내 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범행 직후 베트남으로 도주해 인터폴 적색수배 끝에 2018년 4월 국내로 송환됐다. 김씨는 2019년 별도의 공동감금 등 혐의 재판에서 징역 4년6개월을 확정받기도 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