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 맞지만… ‘구미 3세 여아 사건’ 끝내 미궁 속으로

입력 2023-05-18 14:28 수정 2023-05-18 16:47
사망한 구미 3세의 친모라는 의혹을 받은 석모씨(왼쪽 사진)와 석씨의 딸 김모씨. 뉴시스

집에 홀로 방치됐다가 숨진 ‘구미 3세 여아’ 사건에서 외조모가 아닌 친모로 드러난 석모(50)씨가 ‘아이 바꿔치기’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다. 석씨가 출산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사라진 아이, 친딸이 낳은 손녀의 행방을 함구하고 있어 사건은 끝내 미궁에 빠지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미성년자 약취·사체은닉 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씨의 재상고심에서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체은닉 미수 혐의만 유죄 판단되면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사건은 석씨의 두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대법원이 지난해 6월 파기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대법원은 “유전자 감정 결과는 이 사건 여아가 석씨 친자라는 사실을 증명할 뿐”이라고 밝혔다. 당초 외조모로 알려졌던 석씨가 숨진 여아의 친모인 점은 인정되나, 그 사실만으로 석씨가 자신이 낳은 아이와 사라진 손녀를 병원에서 바꿔치기했다는 혐의까지 입증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사건을 돌려받아 다시 심리한 대구지법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시신을 숨기려 한 점은 인정되나, 검사 제출 증거만으로는 석씨가 바꿔치기 방식으로 아이를 약취했다는 점이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미성년자 약취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석씨는 2021년 2월 딸 김모(26)씨 집에서 숨진 ‘손녀’ A양(당시 3세)를 발견하고 신고했다. 당초 김씨가 딸을 방치해 벌어진 비극으로 보고 진행되던 수사는 석씨가 A양의 친모라는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면서 복잡해졌다. 검찰은 석씨가 2018년 3월 A양을 가족 몰래 낳았으며, 얼마 뒤 김씨도 딸을 출산하자 두 아이를 병원에서 바꿔치기했다고 결론 내렸다. 석씨가 외도로 임신·출산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석씨가 2018년 3월 31일 오후 5시32분부터 4월 1일 오전 8시17분 사이 구미의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손녀를 A양과 바꿔치기해 어딘가로 빼돌렸다고 보고 구속 기소했다. 경찰 신고에 앞서 석씨가 A양 시신을 매장하려고 박스에 옮기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더해졌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