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청년, 사고로 뇌사…장기·인체기증 105명에 새 삶

입력 2023-05-18 10:00 수정 2023-05-18 13:29
고 이동재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갑작스러운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20대 청년이 뇌사 장기기증과 인체조직 기증으로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1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고 이동재(23)씨는 지난달 16일 갑작스러운 사고로 충남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후 가족의 결정으로 이씨는 지난 25일 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신장(좌·우), 간장, 폐장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고, 인체조직 기증으로 100여명의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켰다.

가족은 이씨가 어린 나이에 세상을 경험해 보지도 못하고 떠났지만, 마지막 가는 길에 많은 사람을 살려 선한 영향력을 끼쳤으면 하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이씨는 군대를 다녀온 후 대전에서 취업해 살았다. 말수가 적고 온순하고 내성적이었지만, 어려운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씨의 아버지 영근씨는 “아들아,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못하고, 해준 것도 많이 없어 미안하다. 좋은 추억 만들자고 지리산에 가기로 약속했는데, 함께하지 못하고 떠나니 눈물만 나는구나.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다른 이를 위해 뇌사 장기기증과 인체조직 기증 모두 결심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100여명 환자의 삶을 회복시킨 이동재님의 선행을 모두가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