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가상화폐 보유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에 대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지성용 신부가 “진보는 돈 벌면 안 되느냐”며 두둔해 논란이다.
지 신부는 14일 페이스북에 “우리나라에선 헌법, 형법, 민법, 상법 외에도 ‘국민정서법’이라는 묘한 법이 작동한다. 요즈음은 대부분 언론이 만들어내는 법”이라며 “김남국은 법을 어긴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그저 제 돈 가지고 (코인에) 투자한 것이고 평소 검약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여권에서) 이걸 다시 청년 문제로, 위선 프레임으로 엮어 대통령실 공천 관련 태영호 사건부터 대일본 굴욕외교 부정 여론을 회복해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김한규 의원은 지난 2일 공직자 등록대상 재산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도록 하는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공직자가 재산은닉 목적으로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지 신부는 김한규 의원에 대해 “이상하다. 누군가 분열을 위해 틈을 보고 이간질하는 것인지, 아니면 김한규가 청와대 친문(친문재인) 완장을 차고 숨어 있는 X맨이었던 건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앞서 김한규 의원은 지난 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안 발의 시점에 관해 해명한 바 있다. 그는 “혹시 뭘 알고 있어서 가상자산을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시킨 것 아니냐 오해하시는 분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는 않다”며 “제가 속한 정무위에서 가상자산이 우리나라 법체계에 처음 들어오는 법률을 통과시켰고, 그러다 보니 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에 포함하게 됐다. 나중에 오해 살 수 있으니 명확하게 해두자고 법안을 만들었는데 예기치 않게 김남국 의원 일이 생겼다”고 했다.
지 신부는 “누구든지 욕망 없는 자만이 김 의원에게 돌을 던져라”라며 “김 의원이 수도자도 아니고 승려도 아니고 신부도 아니다. 진보는 돈 벌면 안 되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장동에서 50억 클럽을 만들어 처먹어도 설설 쓰던 기자들이 아주 ‘이때다’ 하고 승냥이처럼 물어뜯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를 말아먹은 제일 나쁜 놈들은 기레기들’이라고 생각했다”고 힐난했다.
지 신부는 “김남국은 힘내라. 민주당 개혁을 위해 끝까지 싸우라.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야 살아날 것”이라고 응원하며 글을 마쳤다.
앞서 지 신부는 2020년 성추문 논란 속 극단적 선택을 했던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식 날 페이스북에 “하늘에서 궂은 비가 하염없이 흘러내린다”며 “누구든 죄 없는 이가 그에게 돌을 던지라”고 적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진보 성향의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물의를 빚은 건 처음이 아니다. 박주환 신부는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모습이 담긴 합성사진을 SNS에 올리며 “비나이다∼비나이다∼”라고 썼다. 박창신 신부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을 “보수정권이 집권 연장을 위해 만들어 낸 ‘종북몰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당초 당 내부 진상조사가 마무리되면 윤리특위 제소 여부 등 후속 조치를 밟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검찰이 코인 거래소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가 시작되고 당 차원의 진상조사 의미가 무색해지자 윤리위 제소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