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달러화 주도의 국제 결제망 시스템을 대체하기 위한 자체 대안망 확장을 서두르고 있다는 미 의회 경고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늘어난 미국의 제재가 중국 주도의 대안 결제망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공화당 소속 마르코 루비오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미국의 적들은 매일 우리의 외교 정책 도구를 약화하려고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그들은 최근 기존 국제 금융 시스템에 눈을 돌렸다”고 밝혔다.
루비오 부위원장은 “세계는 폐쇄적인 시장과 권위주의적 통치 및 착취의 역사와 결합한 자의적인 통화가치를 지닌 위안화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다”면서도 “중국 경제가 성장하고 무역 관계가 확장되면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위안화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내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통화로 달러를 능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안화 결제망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징벌적 조치에 저항하는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생명줄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1월 러시아와 이란이 금융 시스템을 연결했다”며 “모스크바와 베이징, 테헤란의 폭군 정권은 이제 협력을 통해 미국 정책의 영향을 무디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대신 자국이 만든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러시아산 원자재 수입 규모는 전년보다 52% 가한 880억 달러에 달했고, 거래 결제 대부분이 위안화로 이뤄졌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수출입 결제와 금융 거래에 각각의 자국 통화를 사용하고, CIPS를 이용하기로 했다.
루비오 부위원장은 기존 스위프트 통화 결제망을 대체하는 별도의 금융망 출현이 제재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중국 경제가 계속 성장함에 따라 더 많은 국가가 중국의 궤도에 진입하고 새로운 대체 금융 시스템에 편입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루비오 부위원장은 대안으로 국내 제조업 활성화와 미국 주도 동맹 확대를 제시했다. 그는 “다극화 시대에 생존하고 번영하려면 반도체에서 제약까지 모든 것을 (미국이) 다시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더는 외국이 미국의 리드를 따르기를 기대할 수 없다”며 “중국의 성장하는 반미 연합과 균형을 맞추고 달러를 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자체 연합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비오 부위원장은 이날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엄격한 제재에 대응해 다른 서방 국가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화의 세계 지배력을 무너뜨리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이 대만 침공 시 미국 주도의 금융 제재를 예상하고, 자체 대안 결제망 확장을 더 서두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루비오 부위원장은 “미국이 국제적으로 더 많은 제재를 가할수록 각국은 위안화 기반의 대체 금융 시스템에 참여할 유인이 더 커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과 대만의 상황으로 그 시기가 앞당겨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