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로 뭘 맡겨?…‘성인지 감수성’ 논란된 마포구청장

입력 2023-05-18 00:02 수정 2023-05-24 09:53
박강수 마포구청장. 마포구청 제공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친 뒤 올린 과거 출마 선언문에서 ‘여기자를 담보 맡긴다’는 여성 비하적인 내용을 담았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마포구청은 과거 구청장의 저서에 담긴 내용을 발췌해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지만, 해당 표현을 출마선언문에 쓸 정도로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SNS에서 확산하고 있다.

지난 16일 트위터 등 SNS에서 “여기자를 담보로 맡겼다”는 내용이 담긴 박 구청장의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출마선언문이 회자하며 논란이 일었다. 박 구청장은 지난해 3월 19일 ‘마포 박강수’라는 웹사이트에 게시한 ‘출정식 연설문’에서 “언론사를 시작한 저를 보고 모든 사람이 ‘미친 짓이며 1년도 못 가서 망할 것이다’고 비아냥거렸다”면서 “하지만 ‘나는 할 수 있다’는 사생결단의 각오로 31년이란 긴 세월 동안 성공적으로 언론사를 경영해왔다”고 자신의 성공담을 밝혔다.

그러면서 “인쇄비가 없어 신문이 못 나갈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인쇄소에 회사 여기자를 담보로 맡기며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며 “저는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굳은 신념을 갖고 지금의 시사포커스와 마포땡큐뉴스를 성공한 언론사를 만들어냈다”고 적었다. 논란이 일자 이날 오후 해당 사이트 게시판과 게시글은 “권한이 없다”는 알림과 함께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상태다. 이 사이트는 박 구청장이 지난해 선거 출마 직전까지 활동해온 내용을 정리해올린 웹사이트다.

이 사실이 뒤늦게 SNS에 알려지면서 누리꾼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내가 보고 이해한 그 문장이 맞는가. 계속 눈을 비비며 확인하게 된다”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은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마음으로 구정을 운영하는 건가”라고 비꼬았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지난해 3월 19일에 올린 '출마 출정식 연설문. '여기자를 담보로 맡긴다'는 표현이 담긴 해당 연설문이 지난 16일 SNS에서 회자되면서 누리꾼들의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홈페이지 캡처

마포구청 관계자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출마선언문에 저서의 내용이 일부 발췌되다 보니 전후 사정이 빠지면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마포구청에 따르면 해당 내용은 박 구청장이 2014년 3월 3일에 출간한 224쪽 분량의 ‘스물아홉살의 CEO’라는 저서에 ‘담보로 맡긴 여기자’라는 제목에 담긴 내용이다. 당시 중소 매체를 펴내던 박 구청장이 초기 인쇄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자 인쇄소 사장이 대금 지불을 요구했다. 박 구청장은 “돈부터 마련해서 신문을 찾으러 오겠다고 했다”면서 “인쇄소 사장이 ‘안 돌아오면 신문이 휴지 되는 것 아니냐. 저 여직원을 두고 가면 되겠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박 구청장은 책에서 “새파란 이십대의 마음 여린 여기자를 담보로 맡기고 돈을 구하러 나가야 한다니, 스스로 못 할 짓이란 생각에 면구스러워 그 여기자 얼굴을 감히 쳐다볼 수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이 관계자는 ‘여성을 담보 잡는다’는 표현을 출마선언문에도 그대로 인용한 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함을 드러낸 것이란 지적에 대해 “(책을 출간할) 당시 용어를 쓰는 풍토가 지금과 조금 달랐다”며 “여직원에게 미안함과 비통함을 복합적으로 느끼다 보니 당시 심정을 대변할 수 있는 강력한 용어를 쓰신 것 같다”고 해명했다. 국민일보는 박 구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박강수 구청장이 운영하는 '마포 박강수' 웹사이트. 논란이 된 해당 게시글은 17일 오후 2시45분 기준 "권한이 없다"는 표시와 함께 열람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웹사이트 캡처

이번 논란이 불거지면서 박 구청장의 과거 설화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박 구청장은 임기가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수차례 지자체장으로선 부적절한 처신과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해 8월 8일 수도권에 400㎜ 가까운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발생하는 시간에 “맛있는 찌개에 전까지…꿀맛입니다”라는 글과 ‘먹방 사진’을 SNS에 올려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그해 11월 14일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도서관 시설 용도 변경 과정을 설명하면서 ‘지역구민 멸시·지방대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박 구청장은 “(부모들이) 마포를 떠나는 이유가 아이들이 좋은 대학을 못 가기 때문”이라면서 “(관내 대학) 총장들한테 동냥하러 갔다. 마포구 아이들 다 지방으로 대학교 간다고 한다. 우리 지역 주민들의 문턱을 좀 낮춰주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작은 도서관을 독서실로 바꾸면 학습 환경이 보장돼 주요 대학 진학률이 높아진다는 주장이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