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주도로 사업비 16억원을 들여 제작한 거북선이 건조된 지 약 12년 만에 헐값에 팔렸다.
이 거북선은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과거 경남지사 시절 드라이브를 걸었던 ‘이순신 프로젝트’에 따라 2011년 완성됐다.
그러나 2015년부터 유지보수비로만 연평균 2000만원이 드는 등 경남 거제시의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쓸쓸한 최후를 맞게 됐다.
17일 거제시에 따르면 거제시 일운면 거제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된 ‘1592년 거북선’이 8차례 입찰 끝에 154만원에 낙찰됐다.
낙찰일로부터 10일 이내(오는 26일까지)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면, 거제 거북선은 낙찰자 소유가 된다.
이 거북선은 이번에 낙찰자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폐기될 처지였다.
3층 구조로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로 복원된 이 거북선은 사료 고증을 토대로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모습으로 만들어져 ‘1592년 거북선’으로도 불린다.
거제시는 거북선 제작 당시 국내산 소나무 ‘금강송’을 재료로 썼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후 저급품인 미국산 소나무를 섞어 만든 사실이 드러나면서 ‘짝퉁’ 오명을 뒤집어썼다.
계약과 달리 임의로 수입산 목재를 쓴 거북선 건조업체 대표는 2012년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김두관 경남지사는 도민 앞에 나서서 사과했다.
거제 거북선은 사업을 시작할 때 국‧도‧시비 포함 사업비 20억원이 책정됐지만, 실제 제작에는 약 16억원이 투입됐다.
원래는 지세포항 앞바다에 정박해 놓고 승선체험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는데, 흔들림이 심하고 비가 새는 등 관리가 어려워 2012년 수리를 위해 육지로 올라온 후 현재까지 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해왔다.
제구실을 못 해 육지에만 머무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목재가 썩고 뒤틀리는 현상이 계속됐다. 보수공사나 도색 등에 매년 수천만원이 투입됐다.
특히 지난해 태풍 힌남노가 몰아친 뒤 거북선 선미(꼬리)가 파손, 안전사고 우려까지 제기됐다.
거북선을 관리해온 거제시는 수억원을 들여 거북선을 유지·보수한다고 해도 내구연한이 7~8년에 불과해 효용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 결국 폐기하기로 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