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안 갚아 죽였다’던 살인범…알고보니 ‘채무자’였다

입력 2023-05-17 15:17 수정 2023-05-17 15:18
국민일보 DB

채무자가 거액의 빚을 갚지 않아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던 살인범이 검찰 수사로 거짓말이 들통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권현유 부장검사)는 우발적 동기로 살인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대부업자 A씨(39) 사건을 보완 수사한 결과 살인이 계획적 범행이었음을 밝혀냈다고 17일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29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피해자 B씨(37)를 지하 주차장에서 둔기로 살해하고 범행 2시간 후 경찰에 자수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 B씨가 자신에게 27억원의 빚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였으나 이를 갚지 않는데 화가 나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고, 경찰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사 결과를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사건을 넘겨받은 이후 A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에 담긴 2000개 분량의 녹음파일과 5년간의 카카오톡 대화내역, 23개 계좌의 거래내역 등을 확인하는 보완 수사를 벌였다. A씨가 우발적 범행 후 자살을 시도했다는 사무실 빌딩 옥상에 대한 현장점검도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그동안 채무자로 알려졌던 B씨가 사실은 채권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B씨에게 28억 5000만원의 빚을 졌으며,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또한 범행 후 사무실 빌딩 옥상에서 자살을 시도했다는 A씨 진술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사무실 빌딩 옥상은 사람이 붐비고 담장도 높아 자살을 시도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A씨의 구속 만기가 임박한 지난해 10월 26일 우선 살인죄로 기소한 뒤 올해 2월 2일 보완 수사로 밝혀진 내용을 토대로 공소장에 혐의를 살인에서 강도살인으로 변경했다.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A씨가 B씨의 동생에게 높은 이자를 붙여 주겠다며 2021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3회에 걸쳐 1억 700만원을 뜯어낸 별도의 사기 혐의도 추가 기소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 10일 A씨의 강도살인, 사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과 보호관찰 명령을 선고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