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43주년 기념식 최대 규모로 치른다

입력 2023-05-17 14:31 수정 2023-05-17 14:54

‘오월 정신, 국민과 함께’

5·18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식이 코로나 팬더믹 이후 4년 만에 역대 최대 규모로 거행된다.

국가보훈부 승격을 앞둔 보훈처는 3000여명의 5·18 유공자, 시민, 학생 등을 기념식에 초청했다고 17일 밝혔다. 코로나19 위기 경보 하향에 따라 지난해 2000여명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자리를 함께한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과 정부 주요 인사, 여·야 정당 대표를 포함한 국회의원 등도 2022년에 이어 대거 참석한다.

18일 오전 10시 광주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기념식은 개회식, 헌화·분향, 국민의례, 영상 시청, 경과보고, 헌정공연, 기념사, 기념공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폐식 후 참배 순으로 55분간 이어진다.

헌정공연에는 5·18 과정에서 가족을 잃은 슬픔에도 민주주의를 지켜온 ‘오월의 어머니’를 위한 ’헌정곡’ ‘엄니’가 무대에 오른다. 엄니는 어머니의 전라도 방언이다.

1980년 당시 시민들이 탄 버스를 향해 가해진 공수부대 총격 현장인 광주 주남마을 지한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이날 기념식장에서 애국가를 힘차게 부른다.

기념식 무대는 5·18 추모탑에 태극기를 세로로 내거는 형식으로 꾸며진다. 기념식은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 제창 여부를 두고 논란과 갈등이 거듭된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손을 맞잡고 함께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국내 민주화의 분수령이 된 5·18은 1997년 5월 국가기념일로 제정됐다. 2002년까지 행정자치부가 주관한 기념식은 2003년부터 국가보훈처가 맡아 국가 행사로 치르고 있다.

앞서 17일 밤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는 5·18 정신을 노래와 춤, 퍼포먼스로 표현하는 총체극 ‘끝까지 우리들은 정의파다!’ 등으로 꾸민 전야제가 성대하게 진행된다. 전야제는 오월 풍물굿과 시민난장, 민주평화대행진 등이 펼쳐져 5·18 기념행사의 절정을 이룬다.

전두환 손자 전우원씨는 이날 광주를 찾았다. 이에 따라 전씨 일가 최초의 5·18 기념식 참석이 이뤄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3월 3일간 광주에 머문 이후 두 번째 광주를 방문한 전씨는 5·18 유족회의 추모제에 예고 없이 참석했다. 추모객 행렬에 끼어 5·18묘지 참배단에 분향·헌화한 전씨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기억됐으면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5·18 유족들은 “할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하는 의미로 다시 광주에 와준 것이 고맙다”며 허리를 거듭 숙여 사죄의 뜻을 전하는 전씨의 등을 다독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5·18 43주년을 하루 앞두고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5·18묘지를 참배했다. 그는 5·18묘지에서 마주친 참배객들과 악수는 나눴지만 사진촬영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5·18 민주항쟁에 크게 빚졌다”며 “오늘날 민주주의를 누리는 것도 5·18 항쟁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라고 말했다. 방명록에 ‘5·18 민주정신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라고 적은 문 전 대통령은 민족민주열사 묘역(구 망월묘역) 등을 둘러봤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