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박원순 다큐, 피해자 비난 있으면 ‘2차 가해’”

입력 2023-05-17 11:07 수정 2023-05-17 11:08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개봉을 앞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에 피해자를 비난하는 내용이 실제 포함돼 있으면 “2차 가해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17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 자료를 통해 “다큐멘터리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 2차 가해 여부에 대해 단정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일부 알려진 바와 같이 피해자 유발론이나 피해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 등으로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된다면 2차 가해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그러면서 “서울시장 성희롱 관련 직권조사에서 우리 위원회는 두 차례 피해자 면담조사, 50여명이 넘는 서울시 전·현직 직원 및 지인에 대한 조사, 서울시·경찰·검찰·청와대·여성가족부 등이 제출한 자료 분석 등을 종합해 성희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결과에 대해 유족 측이 우리 위원회를 상대로 ‘권고 결정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성희롱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원고 패소 판결해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라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박원순 다큐멘터리 영화 '첫변론' 포스터.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제공

박 전 서울시장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첫변론’은 오는 7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에 박 전 시장의 성 비위 의혹을 부인하는 인터뷰도 담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논란이 일었다.

이에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김대현 감독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2차 가해는 1차 가해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1차 가해에 대한 여러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이것을 2차 가해로 몰아갈 수 있는 걸까 그런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감독은 이어 ‘인권위 결론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수준까지 가는 건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인권위의 허술한 직권조사에 대한 논란을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같이 다시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 영화를 만든 목적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전 시장은 지난 2020년 7월 9일 전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인권위는 6개월간 사건을 직권조사한 뒤 2021년 1월 ”피해자에 대한 박 전 시장의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박 전 시장의 아내 강난희씨는 인권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11월 1심에서 패소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