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자택에 취객이 침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의 외교·군사 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당국자로 미국 비밀경호국(SS)이 24시간 밀착 경호하고 있다. SS는 취객이 침입한 사실 자체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 핵심 인물 경호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SS가 약 2주 전 한밤중 한 남성이 설리번 자택에 침입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3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사건은 4월 말 새벽 3시쯤 발생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이 설리번 보좌관 집에 들어왔고, 설리번은 그 남성을 대면해 나가라고 지시했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침입자는 술에 취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혼란스러워했다. 강제 침입 흔적이 없었고, 침입자가 설리번을 알았거나 해치려 했다는 증거도 없었다고 한다.
설리번 자택 외부를 감시하던 요원은 그러나 침입자가 자택을 떠나고, 설리번이 직접 경고하러 올 때까지 관련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WP는 전했다.
앤서니 굴리엘미 SS 대변인은 “보호 대상자는 무사했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포괄적인 임무 조사를 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 프로토콜에서 벗어난 행위는 용납할 수 없으며, 관련 직원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안보보좌관은 24시간 경호 대상이다. 과거에는 워싱턴DC 지역을 벗어날 때만 SS 보호를 받았는데 2021년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암살 음모가 드러나며 경호가 강화됐다. 당시 연방수사국(FBI)은 이란이 볼턴 전 보좌관을 암살하려 한 사실을 확인했고, SS는 이후부터는 국가안보보좌관을 풀타임 경호 대상으로 포함했다.
이 때문에 취객의 설리번 보좌관 자택 침입 사건은 백악관 및 국가안보 관계자들 사이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고 WP는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SS 경호 대상자의 사유지에 침입한 사람은 구금돼 심문을 받고 체포돼 기소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번 사건 대상자는 SS 요원이 그 존재를 알기도 전에 현장을 떠났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자택에 침입자가 발생해 망치로 남편 폴 펠로시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원의장은 SS가 아닌 미 의회 경찰의 경호를 받고 있다.
WP는 “SS는 지난 10년 동안 경호 대상자가 빠르게 늘어나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연간 예산이 추가 (경호) 책임에 발맞추지 못했던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WP는 “2001년 9월 11일 테러 공격 이전에는 대통령과 부통령을 포함해 18명의 경호를 제공했지만, 이후 테러 위협이 늘어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시작될 때는 경호대상이 27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